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앞에 임시 휴점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수출·내수 부진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이라는 국외 투자은행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 블룸버그가 42개 국제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IB)에서 집계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보면, 5개 기관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엔지(ING)그룹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이달 들어 0.5%포인트 낮춘 1.7%로 예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미스도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로이드 챈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발병은 중국 경제활동에 근본적인 충격을 안겼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공급 사슬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과 경제적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의 수출 전망을 꺾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을 그대로 유지해 1.8%를 제시했다.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과 소시에테제네랄은 각각 1.9%를 예상했다.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캐피털이코노믹스,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도 이달 들어 한국 성장률 전망을 1%대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8%로 낮췄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지난 8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힘겹게 성장률 2%를 달성했다. 올해는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성장률 2.4%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충격으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2월1~20일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보다 9.3% 감소했고, 지난달 20일부터 2월10일 사이 관광객 규모는 2.8% 줄어드는 등 내수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성장률이 2%를 밑돈 때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 등 세 차례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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