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3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다수의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혐의자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 속에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매입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국세청은 다주택자 등 투기성 구매 사례 가운데 탈세 혐의가 있는 외국인 42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이 대법원 등기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외국인의 연도별 국내 아파트 취득 현황을 보면, 외국인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3년5개월간 총 2만3167채, 7조6726억원어치 아파트를 사들였다.
구매 건수는 2017년 5308채, 2018년 6974채, 2019년 7371채로 매년 늘었다. 취득금액도 2017년 1조7899억원, 2018년 2조2312억원, 2019년 2조3976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5월까지 외국인은 아파트 3514채(1조2539억원)를 취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2768채, 8407억원) 대비 구매 건수는 27% 늘었고, 금액은 49% 급증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취득한 아파트가 1만3573채(3조1691억원)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4282채(2조1906억원), 캐나다인 1504채(7987억원) 순이었다. 두 채 이상 아파트를 구입한 다주택자 외국인은 1036명이었다. 2주택자 866명, 3주택자 105명, 4주택 이상 65명으로, 이들이 취득한 아파트는 총 2467채였다. 한 명이 아파트 42채(취득금액 67억원)를 보유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 3년5개월간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2만3167채) 가운데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아파트는 7569채(32.7%)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다주택자나 비거주자 등 주택임대소득 탈루 혐의가 있는 외국인 42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착수 사례를 보면, 40대 미국인 ㄱ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의 소형 아파트 42채(67억원 상당)를 갭투자 방식으로 취득하고, 임대소득을 과소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ㄱ씨가 국내 소득이나 재산이 많지 않아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조사에 나섰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입국한 30대 중국인 ㄴ씨는 학업을 마친 뒤 국내에서 취업해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ㄴ씨는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아파트 8채를 샀다. 이 가운데 7채를 전·월세로 임대하면서 임대수입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법인 국내사무소 임원인 외국인 ㄷ씨는 한강변, 강남 등지에 위치한 고가 아파트 4채(120억원)를 사들여 아파트당 1천만원이 넘는 월세를 받고 임대하면서도 임대수익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취득·보유·양도하는 경우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조사 대상자의 임대·양도소득 탈루, 취득자금 출처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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