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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환율 1400원대 돌파 공포…제2 외환위기는 달러 수급에 달렸다

등록 2022-10-03 05:00수정 2022-10-03 15:02

원-달러 환율 열흘새 가파른 상승
한·미 유동성 공급 협력 ‘불안 차단’
외환보유, 97년 IMF 때 ‘21배’로 안정
“수급만 원활하면 위기로 전이 안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400원을 돌파하면서 경제 위기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고환율은 높은 물가를 더 자극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인데, 정부와 전문가들은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핵심은 시장 명목환율 자체보다는 국내 달러 공급 상태라고 분석한다. 외화가 필요한 국내 금융기관이 높은 가격에도 달러를 구할 수만 있다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행히 아직 국내 달러 수급 상황은 25년 전보다 양호한 모습이며, 코로나19 발생 초기 수준의 경보음만 울리고 있어 정부의 치밀한 조기 대응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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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위기를 불러온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폭등 등으로 국외에서는 들어오는 달러 공급은 줄고, 국내에서는 투기자본의 달러 사재기가 나타났으나, 이를 방어할 외환보유액은 턱없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막대한 단기외채를 상환할 달러를 구하지 못해 부도가 났고, 연쇄적으로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부실로도 이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폭등해도 달러 공급만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경제가 어려워도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는다”며 “1997년 외환위기 재현 여부는 국내 달러 수급 상태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달러 수급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은 올해 8월 기준 4364억3천만달러로 1997년 말(204억1천만달러)의 약 21배 수준이다.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볼 수 있는 민간의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올해 2분기 7440억7천만달러로 1997년 말(-644억7천만달러) 대비 크게 늘어난 상태다. 올해 6월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도 122.8%로 당국 규제비율(80%)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이 비율이 클수록 보유한 외화 자산이 넉넉해 외화 자금 수요를 감내할 능력이 높다고 해석한다.

시장의 ‘달러 가뭄’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지표도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원-달러 스와프레이트(3개월물,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의 차이)는 지난달 27일 -1.2133%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7.9709%까지 하락한 것에 비해서는 마이너스 폭이 크지 않은 상태다. 스와프레이트는 원화와 달러를 서로 빌리는 거래에서 적용되는 금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마이너스(-)가 클수록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환율 폭등이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국내 달러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심리적 저항선인 원-달러 환율 1400선이 뚫리면서 최근 열흘 사이 시장에서 울린 경보음은 예의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스와프레이트와 비슷한 개념인 원-달러 스와프베이시스(1년물)는 지난달 22일부터 마이너스 폭이 빠르게 확대돼 30일 -143.5bp까지 내려갔는데, 이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중순(-113.5bp~-247.5bp)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와프레이트 역시 1%대 하락은 2020년 3월에 발생했다. 국내 달러 공급 상황에 코로나19 초기와 유사한 불안감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에 국내 달러 유동성은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19로 잠시 경색 조짐을 보였는데,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불안이 조기에 해소된 바 있다. 이번에도 조기 수습이 중요한 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전화 회의에서 금융 불안이 심해지면 양국이 유동성 공급 장치 실행에 협력하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정부 관계자는 “어디선가 외화가 갑자기 부족해 위기의 트리거가 될 부분이 없는지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율 등은 이전 경제위기보다 건전한 편이며,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도 자국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통화 가치 절하 경쟁을 했던 과거 환율전쟁과는 다른 인플레이션 대응에 따른 부수적 결과로 봐야 한다”며 “경제 주체들이 실제 상황보다 과도한 불안을 가지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 관리를 잘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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