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근로장려금(EITC)이 “소득주도성장에 기여하고 포용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표 상품’이 최저임금이었다면, 내년에는 일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이 소득 향상과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핵심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임금노동자 462만명(전체 노동자의 23.6%)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근로장려금이 크게 확대 개편되면 전체 가구의 17.3%인 334만 가구(정부 추정치)가 혜택을 보게 된다. 근로장려금 지원 대상과 지급액이 각각 종전보다 두배와 세배로 늘어나면, 소득불평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 시행 10주년 복지 기본틀로 발돋움
197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근로장려금은 저소득 근로가구를 지원하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 액수가 차등 적용되는 제도다. 일정 소득 수준까지는 일을 더 많이 할수록 지급액도 늘어나지만(점증 구간), 소득이 더 늘어나면 차츰차츰 지급액이 줄어들도록(점감 구간) 설계됐다. 다소 복잡한 구조를 고안한 이유는 노동 의욕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근로장려금이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논쟁을 넘어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폭넓게 지지를 받는 제도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도입 논의가 시작됐고, 2006년 법제화돼 2009년부터 지급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시행 뒤에도 지원 규모가 작아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시행 10년을 맞아 정부는 근로장려금을 일하는 복지의 기본틀로 확대·재설계하기로 했다.
첫째, 단독 가구의 경우 30살 이상만 받을 수 있도록 한 나이 제한이 폐지된다. 둘째, 소득 기준을 완화해 단독 가구는 지급 대상을 연봉 1300만원 미만에서 2000만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홑벌이와 맞벌이 가구도 각각 연 소득 3000만원 미만(기존 2100만원 미만)과 3600만원 미만(기존 2500만원 미만)으로 늘어난다. 셋째, 재산 기준도 완화된다. 종전에는 주택 등 재산이 1억4천만원이 넘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2억원 미만까지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된다. 지난해 수급 탈락 가구 33만 가구 가운데 재산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72%(23만6천가구)나 됐다. 마지막으로, 최대 지원액도 단독 가구는 85만원에서 150만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원에서 260만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된다.
■ 수급가구 2배, 지급액 3배 확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수급가구 수는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갑절 이상 증가하는데, 근로장려금을 새로 받게 되는 신규 가구(168만가구) 가운데 단독 가구 비중이 59.5%(100만가구)로 절반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홑벌이·맞벌이 가구 비중은 26.8%(45만가구), 13.7%(23만가구)로 예상된다.
단독 가구에서 신규 추가가 많은 이유는 나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청년층이 많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30대 미만 단독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182만원으로 60대(186만원)와 비슷한데, 그동안 나이 제한 탓에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없었다. 또 소득 요건이 완화되면서 수혜 대상자가 단독 가구는 중위소득 100%, 홑벌이·맞벌이 가구는 중위소득 65%까지 확대된 영향도 크다. 근로장려금은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제도이기에,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중위소득의 30~50%)보다 지원 대상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는 기존 약 1조1967억원에서 3조8228억원으로 3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수급액은 최대 174만원까지 증가한다. 증가분 2조6261억원 가운데 단독·홑벌이 가구 몫이 각각 41.9%(1조1184억원), 40.5%(1조792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맞벌이 가구는 13.6%(3625억원)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근로장려금의 최대 지급액을 크게 높였을 뿐 아니라 최대 지급구간도 종전보다 2~3배 넓혀 저소득층이 보다 두텁게 지원받도록 했다. 최대 지급구간은 단독 가구의 경우 연 소득 600만~900만원에서 400만~900만원, 홑벌이 가구는 900만~1200만원에서 700만~1400만원, 맞벌이 가구는 1000만~1300만원에서 800만~1700만원으로 확대된다.
근로장려금 개편안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의 일환으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세법 개정안은 통상 예산안과 함께 예산부수법안으로 묶여 11월1일부터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까지 한달간 심의를 거친다. 자유한국당 등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근로장려금 확대 개편이 국회의 문턱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내년 일자리 예산 절반 청년사업에 집중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보고서’
국회 심의 중인 내년 일자리 사업 예산 가운데 청년 대상 사업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계층을 위한 직접 일자리 사업은 전체 일자리 예산의 16%에 머물렀다.
4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를 보면, 세대별로 분류한 내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23조5천억원)은 청년(34살 이하) 대상 사업이 50.5%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중년(35∼54살) 37.4%, 노년(65살 이상) 9.9%, 장년(55∼64살) 2.2% 순서였다.
이는 내년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이 올해에 견줘 47.8%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사업이 2∼3년차에 접어들면서 예산 규모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2017년에 8.8%에 그쳤던 고용장려금 비중이 내년 청년 일자리 예산의 47.2%나 된다. 반면 청년 일자리 예산에서 직업훈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7.2%에서 내년 18.6%로 크게 줄었다.
내년 일자리사업 예산은 24개 부처, 170개 사업에 편성됐다. 고용노동부가 전체 예산의 70.2%(16조4700억원)를 차지하고, 보건복지부 12.6%(2조9439억원), 중소벤처기업부 11.6%(2조7128억원)로 뒤따랐다. 사업별로 보면, 실직자의 임금 보전을 지원하는 ‘실업 소득 및 유지 사업’이 34.7%로 가장 컸다. 고용장려금(25.2%), 직접 일자리(16.1%), 창업지원(11.0%)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사업은 역시 고용장려금으로, 올해보다 56.3% 늘었다.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은 19.7%, 직접일자리는 18.3% 증가했고, 직업훈련은 4.5% 감소했다.
한편, 내년 일자리사업 예산 23조5천억원은 2014년(13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79.4% 증가한 수치다.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7%에서 내년에는 5%로 확대된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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