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업계의 선두주자인 넷마블게임즈가 직원들의 야근과 주말 근무를 금지시켰다. 퇴근한 직원에게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게 게임업계 전체로 확산돼 ‘자정이 정상 퇴근 시간이고 밤 10시는 조기 퇴근’이란 말이 돌 정도로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는 게임 개발자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넷마블게임즈는 ‘일하는 문화 개선 방안’을 오는 13일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방안에는 계열사와 개발 자회사까지 포함해 전 직원에게 해마다 한 차례 종합병원 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것도 포함됐다. 24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사업의 특성상 서비스 장애에 대처하고 업데이트 등 고객 서비스를 하려고 불가피하게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곳은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넷마블은 “매달 넷마블 컴퍼니 정례 경영포럼을 통해 시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넷마블게임즈는 2011년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구조를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전환했는데, 유행이 빨라 신속한 개발과 잦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사업의 특성 때문에 임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려왔다.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 근무 때문에 서울 구로 사옥의 불이 꺼질 사이가 없다고 해서 ‘구로의 등대’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국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올 상반기 상장을 예정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노동인권 침해 논란를 부를 수도 있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모두의 노력으로 경영 사정이 좋아지면서 임직원들의 급여를 업계 선두 수준으로 높이고 2년 연속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등 결실을 나눴지만,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일하는 문화의 개선은 미흡한 게 사실이었다”며 “이번 조처를 통해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더 열악했던 소규모 개발 자회사까지 포함해 전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넷마블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게임업체 임원은 “넷마블게임즈의 이번 조처로 앞으로 개발자들이 게임업체를 고를 때 야근과 주말 근무를 금지하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게임 업계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만큼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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