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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야구 덕후’ 김택진, 드디어 꿈을 이뤘다

등록 2020-11-24 22:12수정 2020-11-27 07:19

정규리그 1위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
‘리니지’로 게임사업에 성공한 뒤
9번째 프로야구단 ‘엔씨다이노스’ 창단
어릴 적 ‘거인의 꿈’ 만화 보며 야구 빠져
‘매출 6천억대 게임사가 야구단을?’에
“내 재산만으로도 100년 운영할 수 있어”
24일 밤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와 황순현 엔씨다이노스 사장이 2020 KBO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맞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밤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와 황순현 엔씨다이노스 사장이 2020 KBO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맞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밤 엔씨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밤 엔씨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저녁 서울 고척 스카이돔 야구장. 공룡 군단 엔씨(NC)다이노스가 ‘2020 케이비오(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서 강적 두산베어즈를 4대2로 꺾고 우승했다. 2011년 창단한 엔씨다이노스는 올해 첫 정규 리그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6전 4승 2패의 전적으로 우승 깃발을 들었다.

엔씨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과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에게도 2020년은 ‘전설’이 됐다. ‘야구광’이자 엔씨 구단을 직접 만들고 가꿔온 김택진 구단주(엔씨소프트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하며 가슴에 담아뒀던 꿈을 드디어 이뤘다. 그는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6차전까지 꼬박 고척구장을 찾아 엔씨를 응원했고, 이날 우승 뒤에는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2018년 마산야구장에서 치러진 마지막 홈경기 종료 행사에 참여해 구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2018년 마산야구장에서 치러진 마지막 홈경기 종료 행사에 참여해 구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엔씨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 대표는 서울에서 엔씨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고, 창원 홈구장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때도 늘 함께 했다. 올해 정규 리그 1위가 확정되던 날에도 김 대표는 엔씨 홈구장인 창원엔씨파크 운동장으로 나와 “창단 때부터 꿨던 꿈 하나를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당시 김 대표가 말했던 ‘다음 꿈’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2011년 엔씨 창단 기자회견 때는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며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중학교 때는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 커브볼 책을 구해 본 뒤 몇 달간 밤새 담벼락에서 혼자 피칭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변화구 전문 투수 노릇도 했다. 변화구를 잘 던지는 롯데자이언츠 최동원 투수가 어릴 적 영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구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은 프로야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2010년 12월 엔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아홉번째 프로야구단 창단 의향서를 낼 때만 해도 엔씨소프트 연매출은 6천억원대(올해 연매출은 2조원 이상 예상)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외형 확장이 절실했지만 엔씨소프트란 기업은 낯설었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 창단 의향서를 낸 것에 기존 구단들이 고개를 갸웃 했다. 매출이 1조원도 안되는 회사가 해마다 최소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냐는 뒷말이 돌았다.

김택진(오른쪽)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2019년 9월26일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2020 신인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택진(오른쪽)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2019년 9월26일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2020 신인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나섰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와 언론을 향해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고 외쳤다. 오너인 김 대표가 직접 나서 프로야구단 운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자 모든 우려와 의구심이 사라졌다. 김 대표는 엔씨 창단 기자회견에서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엔씨 연고지 창원은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대신 열정적인 야구팬들이 모여 있다.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김 대표의 이런 야구단 운영 철학에 따라 엔씨 구단 구성과 운영은 철저히 야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이뤄졌다. 공채를 통해 야구단을 구성했고, 무엇보다 야구인 출신들을 중용해 권한을 주고 의견을 존중했다. 초대 감독으로 김경문 야구국가대표 감독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양의지를 엔씨로 영입한 것도 한 선수가 “양의지 사주세요”라고 한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은 결과이다.

덕분에 엔씨는 신생 구단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를 거의 겪지 않았다. 2013년 1군 참여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엔씨 승률은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과 키움에 이어 세번째로 좋았다. 또한 일곱 시즌 중 다섯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엔씨의 투자도 과감했다. 포수 양의지(4년 총액 125억원)와 야수 박석민(4년 총액 96억원) 등 대형 자유계약선수(FA)를 최고 대우로 영입했다. 양의지 대우는 역대 2위 수준인데, 올해 탁월한 투수 리드와 함께 케이비오리그 포수 최초로 30홈런과 100타점까지 달성해 “200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2019년 엔씨다이노스 새 구장 창원엔씨파크 개장식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년 엔씨다이노스 새 구장 창원엔씨파크 개장식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엔씨다이노스 구단주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엔씨 팬들을 위해 창원에 새 야구장 창원엔씨파크도 만들었다. 창원엔씨파크는 국내 야구장 중에서 가장 관중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힌다. 엔씨는 선수 복지도 파격적이다. 국내 프로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원정경기 숙박 때 1인1실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번 한국시리즈 때는 1.5배의 비용을 감수하며 선수들에게 고척돔 근처 최고급 호텔을 숙소로 제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 엔씨를 통해 정규 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에 더해 의외의 소득도 얻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메이저리그가 멈추자 미국 스포츠채널 이에스피엔(ESPN)은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생중계했는데, 엔씨가 의외의 혜택을 봤다. 같은 약자(NC)를 쓰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민들이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한을 엔씨를 응원하며 풀었고, 덩달아 엔씨소프트 게임들의 미국내 인지도도 올라갔다. 엔씨는 공식 응원가 중 하나인 ‘We are NC’를 개사해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이너리그팀에 선물했는데,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공한 야구 덕후’ 구단주로 통한다. 자신의 힘으로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고 구단주가 되면서 야구 팬들의 우상이 됐다. 그는 나아가 야구를 활용한 소통으로 게임사업을 키우는 수완도 발휘했다. 엔씨 창단과 운영에 든 돈보다 야구단 운영으로 얻은 이익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김 대표는 정규 리그 1위 뒤 선수들에게 한우세트를 선물했다. 평소 선수 지원을 최우선으로 삼고, 결과가 좋으면 보상하는 김 대표의 프로야구단 운영 철학으로 볼 때 한국시리즈 우승 선물도 파격적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엔씨 우승으로 수백만 리니지M 이용자들도 ‘TJ쿠폰’ 선물을 받게 됐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창업해 게임사업에 성공했고, 엔씨다이노스를 창단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엔씨소프트 대표이자 엔씨다이노스 구단주로써 김 대표가 새로 꾸는 꿈은 뭘까.

글 김재섭 선임기자, 사진·도움 엔씨소프트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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