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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아이폰도 안 팔린다…한국 반도체·화학·철강 직격탄

등록 2022-10-03 05:00수정 2022-10-03 15:00

삼성전자 하반기 매출 20조 낮춰
반도체값도, 스마트폰 수출도 뚝↓
중국 수요 부진에 화학업체 고전
자동차 지금 괜찮지만 감소 징후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도 수출품 실은 항공기는 매일 10∼20회 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안에 채워지는 반도체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한 반도체 회사 관계자)

“화학업체는 재고를 쌓아두기가 어렵다. 주문량만큼만 생산할 수 밖에 없어, 공정별로 지난해에 비해 3분의1 정도 가동률을 낮췄다.”(한 화학업체 관계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렸던 국내 제조업체들이 요즘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경기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분기별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기 바빴으나, 지금은 그런 기억이 무색할 처지로 몰리며 “적자를 낼까 걱정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임직원과의 만남에서 “올해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를 4월 전망치보다 30% 가량 낮췄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증권사의 삼성전자 하반기 매출 전망치 평균이 67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6조원 수준으로 낮춘 셈이다. 같은 달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고용량화와 모바일 교체 수요 등으로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5개월여만에 급변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교란, 경기 침체 우려, 중국 성장 둔화 등에 따른 수요 감소는 반도체 가격에서 이미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디(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디(D)램(DDR4 8Gb 기준)과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9월 평균 가격이 각각 2.85달러와 4.30달러로 지난 1월에 비해 16.4%, 10.6%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평균 15~2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성장률 하락과 스마트폰 시장 축소도 악재다. 월드뱅크는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경제 성장이 위축돼 스마트폰·가전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도체 가격 하락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하나증권·신한금융투자)이 많다.

여기에 애플이 새 스마트폰 ‘아이폰14’를 전작보다 더 많이 생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충성 고객이 많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아이폰마저도 경기 하락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아이폰에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가 장착된다. 화면은 삼성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은 엘지(LG)이노텍이 도맡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게다가 지난 8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9448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어드는 등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 8월 스마트폰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 감소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출도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하락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악재다. 한국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르고, 반도체 수출액의 약 40%가 중국으로 향한다.

화학·철강 분야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대표 화학업체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356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2분기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플라스틱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가격)가 급격히 하락해서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나프타 등 원료를 들여와 기초화학제품인 에틸렌을 만들어 판매한다. 보통 에틸렌 스프레드가 톤(t)당 300달러는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2020년 말 487달러까지 올라갔던 에틸렌 스프레드가 올해 1분기부터 3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3분기에는 194달러로 급락했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여수산업단지에서 항구로 수출용 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화물기사들은 이런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김형민 화물연대 여수지부장은 “7월 이후 물동량이 40∼50% 정도 줄었다”며 “하루 4∼5개를 옮겼다면 지금은 2개 정도 운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국내 수출량의 8∼9%를 담당한다.

철강산업 역시 수요 감소로 장기적인 가격 하락이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2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으나, 3분기부터는 이를 이어가기 힘들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열연코일 국내 도매가는 올해 5월 톤당 139만원에서 9월 초에는 105만원까지 떨어졌다. 한 철강업체 직원은 “코로나 특수가 꺼지면서 철강 경기가 더 안좋아질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대기물량이 100만대에 이르는 등 당장은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아직은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감소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어 향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국민들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고 차값은 높아져 매년 1800만대를 판매하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14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전망치가 81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주요국 긴축이 맞물리며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익극대화가 아닌 안전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영우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실질구매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도 경제 상황이 안좋다”며 “향후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더 강하게 햘 경우, 한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높아 글로벌 정보통신기업들이 투자를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배터리, 화학 등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업종이 어려워지며 경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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