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이사회는 27일 차기 회장 후보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확정했다. 구 회장 후보는 황창규 현 회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을 지낸 뒤 사장까지 올라,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편 이사회는 케이티의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구 후보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거쳐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구 후보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선임 때부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3년이다. 1964년생인 구 후보는 198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래 전략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구 후보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2014년 회장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로 발탁된 뒤, 2015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2016년 사내이사, 2017년 사장 등 빠른 속도로 승진했다.
구 후보는 지난 1월 황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구 후보와 황 회장 등 케이티 전·현직 임직원 7명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케이티 대관부서를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는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케이티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관련 사항을 알고 있으며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후보는 26일 이사회가 케이티 고객·주주·구성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면접 때 제시한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고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고, 대표이사 임기 중 법령·정관을 위반한 중대 과실과 부정행위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요청으로 사임하는 내용이다. 케이티 이사회는 이를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현 회장을 끝으로 케이티 회장 자리는 없어지게 됐다. 구 후보를 포함해 현재 케이티 사장(부문장)은 4명이다.
케이티 내부에선 공채 출신 대표이사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황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케이티 한 임원은 “현직이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돼 임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이티 새 노조는 입장문을 내어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황창규 회장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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