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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배달의민족처럼…유니콘기업 90% 국외자본이 키웠다

등록 2020-01-27 18:27수정 2020-01-28 09:29

[국내 유니콘 자금줄 현황 분석]

11곳 중 10곳, 미·중·일 등 대주주
스타트업 육성할 국내자본 취약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지난해 12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5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고 독일계 기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되는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 유니콘 기업 육성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총선 공약 2호로 2022년까지 유니콘 30곳 육성과 모태펀드 1조원 출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 수와 벤처 펀드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터라 외국 자본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는 국내 벤처 생태계의 질적인 취약성은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겨레>가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국내 기업 11곳의 성장 이력을 따져보니, 한곳을 뺀 나머지 10곳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내 자본이 아닌 국외 자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지난해 12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지분 100%를 넘기면서 김봉진 대표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중국계 벤처캐피털인 힐하우스캐피털·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 미국계 알토스벤처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투자 대박이 났다. 이들은 자본금 3천만원으로 설립된 우아한형제들에 수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이 이번 매각 계약으로 벌어간 총수익은 수조원대에 이른다. 우아한형제들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투자자를 선정할 때 따로 국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투자를 받아야 할 당시엔 적자가 쌓일 때였는데 투자하겠다는 국내 투자자는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민의 사업성과 미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 투자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은 나머지 국내 유니콘들도 다르지 않았다. 면역치료제 제조업체 ‘에이프로젠’을 뺀 유니콘 기업 10곳의 주요 주주에 국외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기업 가치 90억달러로 국내 유니콘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쿠팡’의 경우, 지분을 100% 갖고 있는 모회사 쿠팡엘엘시(LLC)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미국의 세쿼이아캐피털, 운용 규모 세계 1위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3조원 남짓을 투자받았다. 기업 가치 2위인 게임회사 ‘크래프톤’ 역시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텐센트 관계사인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가 5천억원 이상 돈을 대며 2대 주주(지분율 13.3%)에 올라 있다. 3위 ‘옐로모바일’도 1억달러 규모로 투자를 한 미국의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이 주요 주주이다.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간편송금 앱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쪽은 “초기 자본금(종잣돈) 100만달러를 국외 투자자에게서 유치했다. 첫 투자를 국외에서 받다 보니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국외 투자 위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유니콘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 역시 국외 투자자 의존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한 예로 국내 새벽 배송 시장을 열어젖힌 ‘마켓컬리’의 주된 돈줄은 우아한형제들에도 투자했던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와 힐하우스캐피털 등 중국계 자금이다. 돈을 댄 쪽은 단순한 재무 투자(FI)에 머물기도 하지만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등 경영에 직접 참여(SI)하기도 한다. 국내 창업자의 사업 전략이 국외 투자자의 입김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이는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나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수익을 내는 데 이르기까지 뒷받침해줄 국내 민간 자본시장이 매우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유니콘 육성책이 유니콘 수 늘리기에만 맞춰질 경우 그 과실은 국외 민간 자본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 성숙도가 낮다 보니 스타트업의 커진 기업 가치에 맞는 투자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투자자가 없고, 정부의 정책자금이 들어간 모태펀드는 투자 시기와 투자금 회수 기한 등을 정한 운영 가이드 탓에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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