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현장면접 채용 ‘스타 오디션’
스펙초월 ‘달인채용’ 전형도
대한지적공사, 영어필기시험 폐지
토익 500점으로 낮춰 입사 3수생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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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무능력표준(NCS·엔시에스) 기반 채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 1일 강원대에서 ‘능력중심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이 설명회에는 롯데·씨제이·케이티·대한지적공사의 채용 담당자들이 나와 자사의 직무능력중심 채용제도를 소개했다.
‘스펙 다이어트’ 능력중심 채용
롯데는 지난 16일 지원자 접수를 끝낸 올 상반기 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서 사진, 에스엔에스(SNS) 계정 등 기본사항뿐 아니라 정보기술(IT) 활용능력, 수상경력, 기타 활동(어학연수)과 같이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을 삭제했다. 외국어는 필수요건이 아니고, 자격증도 직무별로 필요한 것만 기입하도록 했다.
롯데그룹 채용담당 손우람 책임사원은 “역량면접은 지원자가 입사 후에 근무할 때 직면할 구체적인 상황과 비슷한 과거의 경험이 있는지 등을 질문하고, 그 경험을 통해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살아오면서 도전적인 목표를 정해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경험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면, 면접관은 진실성이 의심되는 내용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심층질문을 몇 단계 이어가는 식이다.
롯데는 5월12~21일 지원접수를 할 하계 인턴채용에서는 이름, 연락처 등 기본사항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배제하고 지원자의 역량만을 평가하는 ‘스펙 초월 창의인재 채용’(가칭)을 진행한다. 손씨는 “그룹사별,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주제를 부여하고 오디션이나 미션 수행 같은 새로운 면접 방식을 도입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인재를 발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원동기·직무적합도 중점평가
씨제이(CJ)는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와 직무에 대한 관심도를 중점 평가한다. 씨제이그룹 인사팀 이영상 과장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지원 계열사나 지원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드러내라”고 조언했다. 이 과장은 “스펙 자랑보다는 본인의 경험을 지원 직무와 연계해 서술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경험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요소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성검사에서는 지원자의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 나아가 솔직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갖고 있는지 평가한다. 비슷한 내용을 다양한 형태의 문항으로 물어보는데, 제각각 답변이 다르면 일관성이 없고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자연히 드러난다. 면접은 1차 실무진 면접, 2차 임원 면접으로 진행된다. 실무진 면접은 해당 직무의 실무진이 직무 적합성 및 직무 이해도 위주로 평가하며, 임원 면접은 해당 계열사의 임원진이 인성과 직무 이해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스타오디션과 달인 채용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서류 마감일이 20일로 다가온 케이티(KT)도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는 ‘열린 채용’을 하고 있다. 어학 성적, 학점 등의 지원자격 제한을 없앴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기 힘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현장면접 채용 방식인 ‘스타 오디션’도 시행한다. 케이티 채용 담당 박지현 대리는 “스타 오디션의 경우 참가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 등의 발표를 통해 역량과 열정, 입사 의지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오디션은 기존의 수도권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채용 담당자가 전국 각 지역을 직접 방문해 지원자를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디션 합격자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는다.
특이한 경험·역량을 가졌거나 전문자격증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 스펙에 관계없이 선발하는 ‘달인채용’ 전형도 도입했다. 이번엔 통신 및 기타 유통영업 경험자와 보안관련 업무 경험자를 우대한다.
직무능력 바꾸자 공기업 취업 성공
지난해 대한지적공사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 면접 문제를 모두 엔시에스 표준방식으로 개편했다. 기존 필기시험에 포함되었던 영어시험도 “실제 현장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했다. 토익점수는 500점만 넘으면 통과한다.
이에 따라 ‘토익 520점, 지방대 졸업, 학점 3.5’로 평범한 스펙의 양아무개씨가 3수 끝에 입사에 성공했다. 양씨는 지적기사 관련 자격증을 2개 보유하고 군대에서 측량병으로 복무해 지적공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실무역량도 쌓았지만, 영어와 학점 때문에 2012년과 이듬해 연거푸 탈락했다. 대한지적공사 홍지영 과장은 “지난해 학점 기입란을 없애고 직무 관련 자격증만 적는 형태로 서류전형을 변경했다”며 “입사지원자가 해당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자 스펙 때문에 탈락하던 지방대, 전문대 출신의 직무능력 보유자 채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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