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49일간의 ‘우리 땅 도보여행’ 기록을 담은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푸른숲)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우흐르봉을 오를 때의 일이다.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하고 남을 이겨야만 성이 풀렸던’ 그는 누구보다도 빨리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행한 안내인은 “천천히 천천히”를 반복했다. 그는 안내인을 따라 억지로 천천히 걷자니 답답했다. 자신을 제치고 올라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단숨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가이드의 말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를 앞질러 가던 많은 사람이 고산증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5895미터 우흐르봉 정상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사람들보다 놀랍게도 할머니나 장애인 등 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꾸준함이 힘이다. 등산이 그렇고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나는 몇 년 전에 책 쓰기에 관한 책을 출간한 이후로 책 집필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질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가 있고, 책을 써야 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그들이 하는 질문도 비슷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쓸 수 있나요?” 나는 이렇게 답한다.
“오늘부터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매일 쓰세요. 기간은 한 달, 분량은 하루 한 페이지 이상. 한 달 동안 매일 쓰시고, 그 결과를 제게 보내주세요. 무엇에 대해 어떻게 쓰든, 매일 글을 써야 책이 나옵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쓰는 것, 이것이 책을 쓰는 어떤 방법론보다 중요합니다.”
질문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쓸 수는 없다. 이 기간은 내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 달 동안 자신이 쓴 글을 보내준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없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중간에 포기했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일 것이다.
오래가는 사람은 매일 하는 사람이다. 매일 하려면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자기의 속도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는다. 지치지 않아야 멀리 갈 수 있다. 한비야는 국토종단을 하면서 ‘평생 간직해야 할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자 ‘꿈을 이루는 확실한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한걸음 한걸음의 힘’이다.
그는 말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의 힘.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보여도 처음 마음 변치 않고 하루에 한 걸음씩 가다 보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믿음과 깨달음은 내 인생의 어느 시기, 어떤 상황에서도 그대로 대입되고 적용되는 불변의 ‘인생 공식’이 되었다.”
어떤 깨달음은 참 단순하다. 그리고 단단하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는 단순하고 단단한 깨달음이 담겨 있다. 열정적인 사람의 삶에서 나온 깨달음, 몸으로 체득한 깨달음이다.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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