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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임신중지 판례 폐기’ 시작으로…미국 보수 대반격 선봉 선 대법원

등록 2022-06-26 15:10수정 2022-06-27 10:10

49년 된 임신중지 판례 폐기 배경에는
20세기 후반 진보적 판결에 대한 반감
동성혼과 피임 등 다음 타깃으로 거론
트럼프의 ‘대법관 알박기’ 효력 발휘
캐버노 대법관 등 인준 때 빈말 논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 파기 항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캐리커처와 그를 비난하는 문구를 넣은 종이를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 파기 항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캐리커처와 그를 비난하는 문구를 넣은 종이를 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대해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신이 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가 이 판결을 더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이 지명한 대법관 3명이 다수 의견에 가담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보수 대반격’의 선봉 역할을 본격적으로 해내고 있다.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49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한 것은 보수 대법관들의 ‘결의’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강하고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보수 진영은 지난 수십년간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가 규정한 ‘사생활의 권리’를 근거로 전통적 규범과 가치를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이 그동안 임신중지나 동성혼 등의 사안에서 진보적 판결을 내놓을 때마다 헌법적 권리 확장 수단으로 이 조항을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 대법관들은 ‘임신중지권이란 표현은 헌법에 써 있지 않다’는 간단한 논리로 지난 반세기 동안 기정사실로 굳어져온 여성의 임신중지권에 대한 핵심 판례를 깼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20세기 후반기에 대법원이 내놓은 잇따른 진보적 판결을 무효화하려는 보수의 기획이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판결이 끝이 아니라 동성혼이나 사후피임약 등 피임 도구에 대한 판례가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의 다수 의견을 집필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판결에 나타난 어떤 의견도 임신중지와 관련되지 않은 (별개) 판례들에 의문을 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개인 의견에서 1960년대 이래 형성된 △피임 △동성 성관계 △동성혼에 대한 판례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실제,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전날에도 공공장소 권총 휴대에 허가제를 운영하는 뉴욕주 법률에 위헌을 선언했다. 21일에는 메인주가 종교 학교에는 수업료를 보조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21~24일 불과 나흘 만에 미국 사회의 3대 갈등 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임신중지 △총기 △정-교 분리 문제에서 보수의 분명한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대법관들의 이념 구도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한쪽으로 확 쏠린 구조가 있다. 미국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5 대 4 구도에서 한쪽이 근소한 우위를 점해왔다. 또 중간적 입장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대법관들도 있었다. 이를 통해 사회에 큰 혼란을 끼칠 수밖에 없는 너무 튀는 판결을 예방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단임 기간에 종신직인 대법관을 3명이나 지명하는 기회를 잡았다. 3명을 모두 보수색이 매우 강한 50대로 앉혀 대법원에서 ‘보수 장기 집권’을 위한 ‘알박기’에 성공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교생 시절 성폭행 시도 논란에도 임명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다.

그와 관련해선 상원 인준을 통과하려고 사실상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캐버노 대법관이 2018년 8월 자신을 찾아왔을 때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건드릴 것이냐고 묻자 “45년 된 판례로, 여러번 재확인된 것”이라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며 배신감을 털어놨다. 캐버노 대법관은 당시 고교생 시절의 성폭행 시도 의혹으로 크게 곤란한 상황이었다. 콜린스 의원은 2017년 지명된 닐 고서치 대법관도 당시에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버리는 대열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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