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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조씨 범죄에 대한 재미동포 두려움 이유있다

등록 2007-04-20 19:35

서울 조계사에서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29일 설치됐다. 이날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한 신도가 예를 올리고 있다.
서울 조계사에서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29일 설치됐다. 이날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한 신도가 예를 올리고 있다.
흑인=폭력지향적, 이슬람=테러 처럼
한국인=사회부적응자로 편견 가능성
“동포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미국 내) 소수 인종 처지에서 두려움과 우려를 갖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얼 허친슨 로스앤젤레스 도시정책원탁회의 의장,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인터뷰에서)

버지니아공대 참극에 대해 재미 한국 동포들이 발빠르게 사과하고 애도를 표했을 때, 미국 내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여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영주권자의 예외적 범죄 때문에 왜 동포들이 집단적으로 죄인이 되어야 하냐는 의문이었다. 라디오 방송의 <존과 켄 쇼> 진행자 존 코빌트는 심지어 “한 광인이 대학에서 총을 쏘았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한국인을 뒤쫓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자란 생각”이라고 비웃었다.

이런 우려는 지레짐작이었을까?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9일 “한인과 다른 소수 인종의 민감성은 역사와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번 참극과 같은 독특한 사건은 인종에 대한 편견과 정체성의 고정화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레짐작만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네바다 대학의 조엘 디 리버만 교수(사회심리학 전공)는 “사람들은 이 범죄를 저지른 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인이 사고를 쳤을 때는, 실제 대부분의 대량살인이 백인에 의해 자행되기 때문에 출신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소수 인종에 의해 저질러진 경우) 단 2번만 저질러졌더라도 그 횟수의 빈번함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수인종의 경우, 개인의 정체성은 그의 실제 성취보다는 집단의 성취 혹은 실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심리가 이 나라에 퍼져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 미국 사회에서 각 소수 인종들은 집단적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흑인들은 폭력 지향적이고, 이슬람계는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참극의 범인이 한국계로 밝혀졌을 때, 각 소수인종들이 집단적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인 단체에 신속한 사죄를 권했다는 허친슨 의장은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를 한가지 정체성으로 고정화시키려는 오랜 역사가 있어 왔다”면서 “(한인의 사죄는) 집단적 죄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의 머리 속에 고정된 편견과 유형화에 대한 우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박계영 교수의 말을 따, 외톨이와 반사회적이라는 조씨에 대한 성격 묘사는 ‘사회적 부적응자라는’ 아시아 출신에게 따라붙는 편견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바이버>에서 우승했던 한국계 권율씨도 유사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내가 쇼에 나갔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였다”며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편견이 영속화될 것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이번 사건이 한국인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출신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기를 꺼리는 문화적 차이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미정신건강원의 연구보고를 보면, 아시아계는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병 치료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하거나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계가 성인 때 이민온 아시아계에 비해 정신질환 비율이 높았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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