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차기 총재로 좌파 성향 자콥 주마(65·사진) 전 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장 자유화와 개방을 기조로 해온 남아공 경제정책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족회의는 18일 북부 폴로콰네시 외곽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총재 선출 투표를 실시했다. <비비시>(BBC) 등은 이미 주마가 전체 대의원 4천여명의 3분의 2 가량을 확보해, 현 대통령이자 당 총재인 타보 음베키(65·사진)를 누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아공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현재로선 민족회의가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장악하고 있어 주마의 대통령 당선은 확실시된다. 3선이 불가능한 음베키는 2009년 퇴임해야 한다.
공산당과 노총(COSATU), 당 청년동맹의 지지를 받는 주마는 음베키 정권이 노동자와 빈민들을 소외시켰다며, 양극화 해소와 무상교육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다. 주마는 특히 선거전 내내 사형제 등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대중과의 토론에 적극 나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그러나 주마에겐 늘 따라다니는 갖가지 추문이 최대 약점이다. 그는 2005년 무기 관련 수뢰 혐의로 기소된 바 있으며, 같은해 옛 동지의 딸에게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노벨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 주교가 지난주 “음베키와 주마 모두 총재감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민족회의 총재 선출은 사상 첫 경선이라는 점 외에, 평생을 함께 해온 두 동갑내기 지도자의 대조적인 스타일로도 주목받았다. 주마는 음베키나 넬슨 만델라와 달리, 최대 부족인 줄루족 출신이다. 17살부터 무장투쟁을 해온 주마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대중 선동에 강한 반면, 동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음베키는 논리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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