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리로서는 6년 만에 일본을 찾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3일 2박3일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애초 닷새였던 일정을 줄인 짧은 체류였지만 중국과 일본의 수뇌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4월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격렬한 반일데모로 급격히 고조된 일본내 혐중감정 등 최악의 상황과 비교하면 현재의 중-일 관계는 2년새 크게 변한 셈이다. 마찰의 진원지인 역사문제는 되도록 덮어두고 첫 경제각료 회의 개최 등 경제에 중점을 둔 실리외교가 빛을 발했다.
이번 방문을 ‘얼음을 녹이는 여행’으로 자리매김했던 원 총리는 1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적이 달성됐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중국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일본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일본의 각계각층에 보여주는 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방일 전 국영 <중앙텔레비전>이 일본의 문화와 생활, 각계 인사 인터뷰 등 일본 소개 프로그램을 3주에 걸쳐 방송해, 중국 인민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중국에 가장 비판적인 <산케이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중국정부의 이런 진지한 대일 접근을 자세히 보도할 정도였다.
원 총리의 개인적 매력도 큰 힘을 발휘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 등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섬세한 접근 자세는 12일 국회연설에서 상승효과를 냈다. 원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전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깊은 반성과 사죄를 인정한 것을 적극 평가한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미래지향이 분명하게 표명된 연설이었다”는 등 일본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졌다. 1998년 장쩌민 국가주석과 2000년 주룽지 총리가 방일 당시 역사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일본 내 반발을 초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납치문제 집착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부인 발언 등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베 총리로서도 중국의 유화적 대일 접근으로 외교 면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 속에서 지속된다. <아사히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총리는 사려와 분별을 보여야 한다”고 걱정어린 충고를 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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