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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 대통령 “러시아 침공 뒤 제재 소용없다…당장 행동하라”

등록 2022-02-20 16:13수정 2022-02-21 02:30

동부 내전 지역 긴장 고조에도 뮌헨안보회의 참석
미국 등 서방의 전략에 대해 쓴소리 쏟아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뮌헨안보회의에 도착해 연설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뮌헨안보회의에 도착해 연설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 등 서구의 대응이 말만 앞세운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폭격이 시작돼 우리나라가 불바다가 된 뒤나, 우리의 국경이 없어지고 경제도 없고 우리 국토의 일부가 점령당한 뒤에는 우리는 당신들의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유피아이>(UPI)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그때가 되고 나면 왜 제재가 필요한가, 그때는 무엇을 위한 제재인가”라고 한 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목록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다루는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연일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타격을 주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우리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구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한 “명백한 현실적인 시간표”를 마련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했지만, 이후 “회원국 간 이견이 남아 있다”며 약속 이행을 미뤄왔다.

그는 또 서방이 1994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시절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하면 안보 보장을 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서구가 러시아와 ‘이면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그렇지만 그는 러시아와 대화할 여지도 남겼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 설립된 연례 국제안보협의기구로, 이번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정상급 인사 30여명과 장관급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정부군 병사 두명이 친러시아 반군의 포격으로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뮌헨안보회의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존슨 총리 등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외교적 행보도 이어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과 나토의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구체적인 대책,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가 더 침공하면 미국은 (러시아에) 빠르고 심각한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또 이 문제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되길 선호하며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겠다”며 러시아와 외교적 접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할 방침임도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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