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가톨릭 성직자들이 이번 주 교구 100여곳에서 동성의 결합을 축복하는 종교의식을 진행했거나 할 것이라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동성애자의 결합을 축복하지 말라는 바티칸 교황청의 지난 3월 결정에 대한 도전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랑은 승리한다’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에는 베를린과 뮌헨, 콜론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 지역의 교구를 포함한 독일 전역에서 참여한다. 서부 도시 켈더른의 성직자인 크리스티안 올딩은 “우리가 신은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거나, 그것은 5급짜리 사랑 또는 6급짜리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우리는 사랑의 다양성을 모두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베를린 교구에서 동성의 결합을 축복하는 예배를 집전할 예정인 예수회 신부 얀 코르디취케는 “동성애가 나쁜 것도 아니고 죄도 아니다”며 “내가 하는 일이 교회 지도부의 지침에 어긋나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10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톨레도 대주교 몬시뇨르 프란치스코 케로 차베스의 알현을 받고 있다. 사진은 바티칸 교황청이 찍어 제공했다. 바티칸/EPA 연합뉴스
애초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신을 찾고 교회의 규칙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내가 누구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바티칸 교황청의 공식 기구는 지난 3월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신은 죄를 축복하지 않는다”며 동성애의 결합을 축복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 대표인 게오르그 배칭 주교는 독일의 ‘사랑은 승리한다’ 운동에 대해 “종교의 정치적 선언이며 정치적 운동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독일의 평신도 조직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Zdk)는 ‘사랑은 승리한다’ 운동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의 대변인 비르깃 모크는 “그들이 신의 축복을 갈구하고 그들이 상호 사랑과 존중의 관계를 맺게 된 것에 대해 신에 감사한다는 사실, 그것은 복음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86%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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