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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그린스펀, 양극화 흐름에도 쓴소리

등록 2007-09-19 20:00

“노동자 임금 더 빨리 오르지 않으면 자유시장 지지 약화”
앨런 그린스펀(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회고록 <격동의 시대> 출간을 계기로 양극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주택시장 거품이나 금리 인하, 경기 침체 등 시급한 현안에 가리긴 했지만, 그린스펀의 위상에 견줘 양극화 발언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는 미국과 몇몇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의 몫이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반면 기업들의 이윤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스펀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 빨리 오르지 않는다면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에게 비판적 자세를 취해온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도 양극화 문제에 대해 모처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크루그먼은 얼마 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경제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갔나? 그 답은 경제엘리트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극화의 심각성은 최근 통계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3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72%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실질임금(중앙값)은 2003~2007년 2분기에 되레 1% 가량 떨어졌다. 진보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EPI)는 2000~2003년 사이 노동자들의 시간당 실질임금이 4.2%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2003년 이후 노동자들의 생활형편이 더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생산성 증가분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2003~2007년 생산성은 약 5% 향상됐다.

크루그먼은 기득권층이 주장하는 ‘하방침투 효과(Trickle-down effect)’가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하방침투 효과는 경제가 좋아지면 처음에는 부유층이 혜택을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하위층도 성장의 열매를 누릴 수 있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임금을 보전해주는 구실을 하는 의료보험 등 부가급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기 집 소유가 늘어나긴 했으나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제는 중산층 이하 주택 구입자들에겐 큰 짐이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경기침체마저 배제할 수 없어 미국 사회의 양극화 추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스펀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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