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시키르 공화국의 우파에 있는 한 정유 시설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22일(현지시각) 한 때 배럴당 100달러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우파/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계속 깊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22일(현지시각)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수출 차질이 우려되는 러시아산 유가의 국제 유가 대비 할인폭은 11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한 때 배럴당 96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 18일보다 1.4% 오른 배럴당 92.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4월물 선물 가격도 1.70달러(1.9%) 상승한 배럴당 91.91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한 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올랐다가 96.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9월 29일 이후 최고치였다고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전했다.
시장 분석 기관 디티엔(DTN)의 트로이 빈센트 선임 시장 분석가는 <마켓워치>에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위기가 에너지 가격에 이미 일정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아직은 시장이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미 에너지 가격이 많이 상승해 세계 경제와 유럽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등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유럽과 러시아에 동시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할인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러시아 2위의 에너지 기업 루크오일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 중 최고 등급인 우랄산 원유 가격을 브렌트유 현물 가격보다 배럴당 6.3달러 낮게 제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국제 유가 대비 러시아산 원유의 할인폭은 거의 11년 만에 가장 큰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2020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 3대 원유 생산국이다.
컨설팅 업체 ‘팩츠 글로벌 에너지’는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우랄산 원유의 할인폭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과 1월에 우랄산 원유를 많이 사들이던 유럽 정유 업체들이 최근에는 우랄산 원유 도입을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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