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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예상보다 완강한 ‘터키 돌부리’…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에 브레이크

등록 2022-05-19 16:22수정 2022-05-19 16:41

터키 “핀란드·스웨덴, ‘쿠르드족 테러분자’ 넘겨줘야
우리 안보우려 해소 전엔 나토에 ‘예스’ 못해”
국내 정치 활용하고 중동 세력재편 제몫 키우려는듯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 수도 앙카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 수도 앙카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해 터키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 의회 연설에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터키가 요구하는 “쿠르드족 테러분자”들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에 대한 반대를 확인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30명의 테러리스트를 요구했는데, 그들은 ‘우리는 그들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들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토에 가입하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안보가 결여된 안보기구에 대해 ‘예스’라고 말할 수 없다”며 “우리 동맹국들 누구도 우리의 민감성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존중을 보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16일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에르도안이 구체적인 요구 사항과 함께 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우리는 그들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나, 터키의 안보 우려도 충족돼야만 하고, 미국을 포함한 우방과 동맹들과 계속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터키 대통령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으나, 요구 조건을 높인 것이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독일 라디오와 회견에서 에르도안이 북유럽 국가들이 나토 가입 기준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쿠르드노동자당 관련 인사의 송환을 지난 2017년에 제기했으나, 그동안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터키는 이 문제를 공론화면서 터키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서방은 이슬람주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수행했던 시리아민주군의 주축인 인민수비대(YPG)에 대해 군사작전을 벌인 터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인민수비대는 쿠르드노동자당의 무장단체다. 터키는 인민수비대 세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2019년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였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계기로 두 나라가 당시 참여했던 터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터키의 이런 움직임은 핀란드와 스웨덴만이 아니라 서방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 이슬람주의 세력이 기반인 에르도안의 집권 이후 터키는 중동에서 대미국 일변도의 외교안보 노선을 지양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가속해왔다. 터키의 이런 행보로 미국과 알력이 커졌고, 이는 터키가 지난해 러시아제 신형 지대공 미사일 S-400 도입을 발표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이에 미국은 터키에 F-35 전투기 라이선스 판매를 중단하는 보복을 가했다.

터키는 2009년 덴마크 출신의 안데르스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의 임명도 반대한 적이 있다. 터키는 덴마크가 쿠르드족 텔레비전 방송국을 폐쇄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라스무센은 총장에 임명됐는데, 1년 뒤 덴마크는 이 방송국을 폐쇄했다. 터키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놓고 이런 막후거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 문제는 명분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서방의 제재와 경기침체로 리라화 가치가 최근 2년 동안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66.9%에 달하고 있다. 쿠르드족 문제를 자극해 민족주의 분위기를 고취해 내년 여름으로 다가온 선거에 대처하려는 국내 정치적 목적도 엿보인다.

중동 지역의 세력재편에서 터키의 몫을 극대화하려는 일련의 지정학적 행보 측면도 있다. 특히, 터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있다. 터키는 나토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유한 회원국이다. 나토는 터키가 없다면 중·근동에서 작전이 힘들다.

나토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1~2주 내로 신속히 처리해 후보국 자격을 부여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터키라는 돌부리 앞에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앙카라를 방문한다는 소문도 외교가에 나돌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 터키가 구사할 카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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