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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밤 11시 통행금지…적막 속에 불안이 스며든다 [우크라 현지]

등록 2022-06-22 05:00수정 2022-06-22 08:14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20)
야간 통행금지 시작이 임박한 20일(현지시각) 저녁 우크라이나 키이우 흐레샤틱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야간 통행금지 시작이 임박한 20일(현지시각) 저녁 우크라이나 키이우 흐레샤틱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우크라이나군이 수도를 탈환한 뒤 키이우 시민들은 겉으론 일상을 되찾은 듯한 보인다. 그러나 어둠이 내리고 야간 통행금지 시각이 다가오면 거리는 적막 속에 빠져들고 전쟁의 긴장감이 다시 도시를 엄습한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던 2월23일 우크라이나 의회는 친러 반군이 통제 중이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제외한 국가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24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고 이날부터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됐다.

20일(현지시각) 저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거리에서 통행금지 시작 시간을 앞두고 경찰들이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20일(현지시각) 저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거리에서 통행금지 시작 시간을 앞두고 경찰들이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전쟁 초기 키이우 시민들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키이우 시민들은 집에 머물러야 했다. 10시 이후 통행금지 시간대에는 통신시설, 발전소 등 주요 시설에 근무하는 필수인력 등에게만 이동이 허락돼,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 검문 담당자에게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등을 보여줘야 했다. 지금도 통행금지 시간만 조금 줄어들었을 뿐, 검문 등은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한 술집 주방만 불이 켜져있고 가게 앞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한 술집 주방만 불이 켜져있고 가게 앞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20일(현지시각) 밤 10시20분부터 10시55분까지 우크라이나 키이우 흐레샤틱 거리를 돌아봤다. 우리나라의 서울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이어지는 세종대로와 비슷한 흐레샤틱 거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이다. 거리를 오가거나 벤치에 앉아 쉬는 시민들로 북적였던 낮과 달리 통행금지 시각이 임박하자 인적은 줄어들었고, 그나마 보이는 시민들도 불 꺼진 상점 앞을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많은 가게들은 해가 지기 전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폐점 시간을 앞당겨 단축한 영업시간을 상점 들머리에 적어둔 곳도 태반이다. 안내문이 걸려있지 않은 곳은 아예 문을 닫은 곳일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많은 가게들은 전쟁이 시작된 뒤 영업시간을 바꿨다. 통행금지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한 마트 계산대에 불이 켜져 있다. 이 가게는 전쟁 전 밤 11시까지 영업하던 곳이었지만 전쟁 뒤 저녁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바꿨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한 마트 계산대에 불이 켜져 있다. 이 가게는 전쟁 전 밤 11시까지 영업하던 곳이었지만 전쟁 뒤 저녁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바꿨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통행금지 시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술집 앞 야외 테이블에 아직 치우지 못한 빈 술병들이 놓여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통행금지 시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술집 앞 야외 테이블에 아직 치우지 못한 빈 술병들이 놓여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뿐만 아니라 상점과 시설들은 매장 일부만 영업하는 방식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공습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면 모든 직원과 고객들이 대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약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연 키이우 오페라극장도 2층은 닫은 채 1층 300석에 대해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 또한 공습 시 대피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한 조처이다.

이런 방침에 따를 수 없던 맥도날드는 전쟁이 시작되자 1997년 5월24일부터 25년 동안 영업해온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했다. 현재 통행금지 시간은 전쟁 초반에 비해 완화됐다. 키이우는 저녁 11시부터 아침 5시, 하르키우는 저녁 9시부터 아침 6시, 자포리아는 밤 10시부터 아침 5시, 헤르손은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 등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거리에 설치된 임시초소에서 통행금지가 시작되자 경찰들이 지나가던 차를 검문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거리에 설치된 임시초소에서 통행금지가 시작되자 경찰들이 지나가던 차를 검문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그러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부 전선에서는 오늘도 러시아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시곗바늘이 밤 11시를 가리키고 짙은 어둠과 함께 낮의 활기로 가려졌던 불안이 민낯을 들이민다. 예측할 수 없는 적의 공격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키이우 시민들이 평화롭게 잠들 그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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