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주간 ‘국가 봉쇄령’을 내린 뒤, 28일 첸나이에서 한 경찰이 코로나19 모습을 본 따 만든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얘기하고 있다. 첸나이/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공조 실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구촌 주요 지도자들이 저마다 각자도생식 처방으로 엇박자를 내거나, 누구 책임이 더 큰 지 삿대질하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아직까지 전지구적 차원의 일관되고 통합된 단일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늑장 선언으로 비판에 직면한 것은 물론,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굵직굵직한 국제적인 공조 조직은 아예 존재감이 없다. 확진자 비율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처방도 제 각각이다. 가령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활절’(4월12일)까지는 경제 정상화를 위해 사업장 봉쇄를 완화하겠다는 낙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인구 대국 인도는 지난 25일 ‘국가봉쇄령’을 내놓는 등 위기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 한쪽의 위기가 완화돼도, 다른 쪽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적인 확산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제 보건 위기 앞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공조하지 못하는 배경엔 트럼프 집권 이후 ‘동맹 약화’가 자리잡고 있다. 또 여러 나라에서 국수주의·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선 것도 무관치 않다. 국제 공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주요 국가들이 내부적 요인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사태 초기 내부 통제를 위해 ‘비밀주의’로 일관했던 것, 미국 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트럼프가 ‘우한 바이러스’ 운운하며 중국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주요 7개국(G7)·주요 20개국(G20) 화상회의 등을 소집하며 공조를 이끄는 듯 했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국경 강화 조처나 원조 중단, 유엔 등 국제 기구 무력화가 이뤄지면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심지어 동맹국들에 사전 조율이나 통보도 없이 ‘유럽발 항공기의 미국 입국 전면 금지 조처’를 발표해 공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헤더 콘리 유럽국장은 28일 <더 힐>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지난 3년 반에 걸쳐 일어난 부수적 피해 속에 일어난 것”이라며 “협력과 연대를 하려면 말뿐 아니라 실제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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