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한 소녀가 ‘지금 아이들을 대피시키라’고 쓴 항의 팻말을 들고 있다.(왼쪽) 같은 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는 캠프가 전소돼 갈 곳을 잃은 이주민 가족의 한 아이가 생수병을 들고가고 있다. 코펜하겐, 레스보스/AP 연합뉴스
1만2천여명이 수용된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캠프에 불을 지른 용의자 5명이 체포됐다. 난민 신청이 거절된 아프가니스탄 출신 젊은 이주자들이었다.
<데페아>(dpa) 통신은 15일(현지시각) 그리스 당국이 레스보스섬 모리야 캠프 방화 혐의로 이주민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캠프 체류자들로,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절된 이들이었다. 이 가운데 2명은 미성년자로, 그리스 본토에서 체포됐다. 화재 직후 유럽연합(EU) 지원 아래 그리스 당국이 본토 북부지역으로 옮긴 미성년자 400명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경찰은 추가 가담자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당국은 이로써 “극단주의자들이 난민 캠프에 불을 지른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폐기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번 화재의 진원지로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수용될 예정이었던 이주자들과 난민에 적대적인 그리스 극우단체 등이 지목돼 왔다.
이번 화재로 머물 곳을 잃은 이주민이 1만2천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유럽연합 의장국 독일이 1500여명을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대연정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1553명의 이주민 수용 계획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제호퍼 장관은 대연정 내부에서 난민 수용 문제에 상대적으로 보수적 입장인 기독사회당 소속으로, 그가 먼저 난민 수용을 제안한 만큼 이번 계획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용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연정 다수파인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의원 10여 명은 최근 제호퍼 장관에게 난민 5천명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대연정은 16일 내부 회의를 통해 수용 인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