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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앞두고…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워싱턴은 유령도시”

등록 2021-01-18 04:59수정 2021-01-18 10:54

[르포] 20일 바이든 취임 앞둔 풍경
무장시위 가능성에 긴장 고조
백악관 길목마다 군용차·트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 버지니아 주방위군이 도착하고 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과 50개 주에 추가적인 무장시위 위협을 경고한 가운데,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 최대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된다. 워싱턴/게티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에 버지니아 주방위군이 도착하고 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과 50개 주에 추가적인 무장시위 위협을 경고한 가운데,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 최대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투입된다. 워싱턴/게티 AFP 연합뉴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몇 명 있는지 아세요? 그보다 많은 군인이 여기 있어요. 워싱턴에 군인이 너무 많아요.”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시내 백악관 북서쪽 약 1㎞ 지점의 한 네거리에서 한 50대 백인 남성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 남성에게 경찰은 “안다. 보안이 강화됐고, 나는 명령에 따라 이 구역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경찰은 기자에게 “이 길도 곧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20일)을 나흘 앞둔 이날 워싱턴에서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축하와 희망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대신 정적과 긴장이 워싱턴을 지배했다. 시내 도로가 철망과 바리케이드·군용 트럭으로 막혔고,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길목과 주요 시설을 지키고 있어, 마치 임박한 전쟁이나 침입에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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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아프간보다 워싱턴에 훨씬 많은 미군 있다.”

토요일인 이날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식이 열릴 의사당, 그가 입성할 백악관, 그리고 두 지점을 연결해 서쪽까지 더 이어지는 내셔널몰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조차 힘들었다.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주를 연결하는 4개의 다리 중 하나가 지난 15일 양방향 봉쇄됐고, 나머지도 19일부터 취임식 이튿날인 21일까지 완전 차단된다. 지하철은 16일부터 21일까지 백악관~내셔널몰~의사당 일대 13개 역을 무정차로 통과한다. 바이든 취임식은 애초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행사를 줄이고 참석자를 최소화한 채 대부분 화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는 워싱턴 일대의 경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려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각) 오후, 취임식이 열릴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이 약 200m 전부터 철망으로 막혔다. 철망 너머로 무장한 주방위군과 군용 트럭 등이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각) 오후, 취임식이 열릴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이 약 200m 전부터 철망으로 막혔다. 철망 너머로 무장한 주방위군과 군용 트럭 등이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백악관 세 정거장 전 지하철역에 내려서 백악관 방향으로 한 블럭을 걸어가자 군용 트럭과 M4 총을 멘 군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들은 군용 차량, 제설차, 트럭 등이 막고 있었다. 평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던 도로에는 2m40㎝ 높이의 검은 철망이 설치됐다. 내셔널몰의 서쪽 끝 링컨기념관부터 동쪽 끝의 의사당까지 동서 약 4㎞, 백악관 북쪽 구역부터 내셔널몰 남단까지 남북 약 2㎞에 이르는 구간이 통째로 차량 출입이 금지됐고, 보행자도 철망에 막혔다. 철망을 피해 방향을 틀어서 걷다보면 또다시 철망으로 길이 끝나 되돌아가기를 여러차례 되풀이해야 했다.

워싱턴 인근 알링턴에 산다는 20대 남성 마이크는 철망 앞에 앉아 허탈한 표정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잠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트럼프 취임식)에는 이렇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아니라 (과격 시위대의) 공격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길이 막힌 곳에서 백악관과 내셔널몰 쪽을 향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자 경찰관이 다가와 “여기 막아야 하니까 되돌아가달라”고 말했다. 철망은 좁은 도로에도 계속 세워지고 있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왔다는 한 40대 여성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셔널몰이다. 동쪽으로 의사당, 북쪽에 백악관을 낀 채 링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을 품고 있는 동서 3㎞, 남북 500m 길이의 내셔널몰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의 경우 약 200만명이 운집한 개방공간이다. 하지만 이번에 국립공원관리청(NPS)는 내셔널몰을 폐쇄하고 철망으로 둘러싸 일반인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날 시민들은 철망 너머로 뾰족 솟은 워싱턴기념탑만 보고 허망하게 돌아섰다.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인근 도로가 철망으로 차단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인근 도로가 철망으로 차단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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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군인들이 철저 출입통제 “이런 광경 처음“ “이건 미국 아냐”

백악관과 의사당을 연결하는 약 2㎞, 왕복 8차로 도로인 펜실베이니아애비뉴는 이날 일반인에도 개방돼 있었다. 총기나 가스류 등 위험물질 없이 경찰의 검색대를 통과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 길은 취임한 대통령이 퍼레이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의사당은 평소 일반인들이 건물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지만, 이날은 건물 약 200m 앞부터 철망이 가로막고 있었다. 의사당 동서남북 모두 철망이 둘러쌌다. 철망 안쪽에는 총기를 든 주방위군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시민들은 의사당에 배치된 군인의 모습이 신기한 듯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으나, 표정들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워싱턴에 산다는 한 40대 남성은 “4년 전 트럼프 취임식 때도 철망이 있긴 했지만 한참 저 안쪽이었다. 사람들은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며 “말도 안 된다. 전혀 미국으로 보이질 않는다. 유령도시 같다”고 말했다. 의사당 앞 경찰은 “취임식날 펜실베이니아애비뉴는 일반인에 차단될 거고, 의사당 근처로 와봤자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워싱턴 경비 상황은 ‘워싱턴에 올 생각도 마라’는 메시지 같았다.

1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목을 트럭이 막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목을 트럭이 막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워싱턴에는 취임식 당일 인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온 주방위군이 약 2만5000명까지 배치될 예정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주둔한 미군 5000명의 5배 규모다. 워싱턴에 이 정도 규모의 주방위군이 투입된 것은 1968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암살 뒤 1만3000명이 배치된 이후로 최대 규모라고 <엔피아르>(NPR)가 보도했다. 보스턴대 역사학 교수인 헤더 콕스 리차드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의 경비 수준이 군인에 둘러싸여 취임했던 1861년 에이브러험 링컨 때와 같다며 “우리는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것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 뿐 아니라 미 전역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방수사국은 16~20일 미 전역의 주 의회에서 무장시위 가능성을 경고했고, 애리조나·미시간·텍사스·버지니아 등에서 주 의회 주변에 철망을 설치하거나 의사당 부지를 일시 폐쇄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버지니아주에 사는 남성 웨슬리 앨런 빌러(31)가 권총과 실탄 500발 이상을 트럭에 싣고 워싱턴 의사당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의 미국 국무부 청사 주변을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워싱턴/ 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의 미국 국무부 청사 주변을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워싱턴/ 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이 철망으로 차단된 가운데, 비밀경호국 경찰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연방 의사당이 철망으로 차단된 가운데, 비밀경호국 경찰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이 철망으로 일반인들에게 원천봉쇄돼 시민들이 멀리서 워싱턴기념탑을 바라바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16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이 철망으로 일반인들에게 원천봉쇄돼 시민들이 멀리서 워싱턴기념탑을 바라바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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