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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힌두 근본주의 활개…인도 ‘간디 암살범’ 기념관까지

등록 2021-01-18 12:48수정 2021-01-18 17:39

이틀 만에 폐쇄됐지만…재평가 분위기 확산
인도인민당 집권 뒤 “더 많은 사람 받아들여”
나투람 고드세. 위키피디아
나투람 고드세. 위키피디아
인도의 국부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를 죽인 암살범을 기리는 도서관이 인도에서 개관했다가 당국에 의해 이틀 만에 폐쇄됐다.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간디의 암살범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300여㎞ 떨어진 괄리오르에 지난 10일 간디 암살범 나투람 고드세를 기리는 기념 도서관이 개관했다고 전했다. 이날 힌두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샤프란 색깔 모자와 스카프를 한 이들이 개관식에 참석해 고드세의 흑백 사진에 헌화했다.

인도 현지 언론들은 이 기념관이 인도 정당 중 하나로 힌두교 근본주의 단체인 힌두 마하사바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했다. 75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힌두 마하사바는 고드세의 동상을 곳곳에 세우고 인도 전역에 기념 도서관을 세울 계획이다. 힌두 마하사바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진실을 알고, 민족주의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고드세가 왜 분할에 반대했고, 왜 보복을 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도서관을 열었다”고 말했다.

고드세는 1948년 1월30일 간디에게 권총 3발을 쏴 그를 암살했다. 힌두 민족주의를 신봉했던 고드세는 간디가 인도 힌두교도들을 배반하고, 파키스탄 개국으로 이어지는 ‘분할’에 찬성했다고 생각했다. 고드세는 이듬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고드세는 수십 년 동안 ‘인도의 아버지’를 죽인 테러범이자 반역자로 비난받았지만, 변방에 머물던 힌두 민족주의가 주류 정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그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운 인도인민당(BJP)이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강화됐다. 지난 2019년 5월에는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인 한 총선 후보가 “간디 암살범은 애국자”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고, 그해 3월에는 한 힌두교도가 간디 인형에 총을 쏘고 불에 태우는 등 그의 암살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간디 암살범에 대한 미화 작업은 아직까지는 인도에서 받아들여지 않고 있다. 괄리오르의 고드세 기념관은 개관 이틀 만에 지역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개관을 주도한 이들이 당국에 체포됐고, 기념관 내 여러 자료를 압수당했다. 2019년 간디 인형을 불태운 힌두교도 역시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차츰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의 오드리 트러쉬케 조교수(남아시아 역사)는 “고드세에 대한 존경과 폭력에 대한 미화는 모두 집권당인 인도국민당과 관련이 있다”며 “그것은 최근 10년세 나타나 인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정도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집권한 인도인민당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후 노골적인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2019년 8월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잠무카슈미르주의 특별자치권을 보장하는 헌법 370조를 폐지했고,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면서 무슬림을 제외하기도 했다. 인도 인구의 80%는 힌두교도이고, 무슬림은 15%에 그친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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