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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2차대전 비용 2.5배 투입…바이든의 미국 ‘복지의 귀환’

등록 2021-05-11 04:59수정 2021-05-11 11:25

팬데믹·양극화 속 40년 만에 ‘큰 정부’로
균형재정·감세 기조 버리고
6조달러 막대한 돈 풀 예정
중하류층 복지확대 등 시동
미국 오하이오주 메이필드하이츠의 한 상점 유리창에 직원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메이필드하이츠/AP 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메이필드하이츠의 한 상점 유리창에 직원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메이필드하이츠/AP 연합뉴스

‘큰 정부’ 선언
‘큰 정부’ 선언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정부는 우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고, 정부가 문제”라고 천명했다. 1996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 주도의 ‘보수혁명 물결’에 휩쓸리면서 “우리가 알던 복지의 종말”을 선포했고, 중하류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대대적으로 삭감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원칙, 작은 정부와 균형 재정과 감세 기조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미국과 자본주의가 40년 만에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누적된 불평등과 전례 없는 팬데믹 위기, 미-중 패권 경쟁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격변의 와중에 지난 1월 취임했다. 새 행정부는 총 6조달러(약 6729조원) 규모의 대형 지출안과 이를 위한 증세 방안을 마련하며 ‘정부가 해결책이고, 복지가 귀환했다’고 선포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세 전임자에 비견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 맞서는 뉴딜 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1950년대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올린 소련에 맞서 미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주간고속도로와 과학기술 투자에 나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1960년대 민권운동에 호응해 복지와 민권을 신장시킨 ‘위대한 사회’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다.

거대한 구조 변화의 시기에 취임한 바이든은 정말 이 세 전임자를 합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균형 재정에서 확대 재정으로,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에서 중하류층 복지 확대와 노동권의 신장으로 미국을 확실히 ‘유턴’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14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극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14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극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이후 ‘작은 정부’ 선봉장

신자유주의 교리들은 1980년대 이른바 ‘대안정기’ 동안 확립됐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해 감세와 규제완화를 도입하면, 급격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없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지고, 사회경제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짝을 이룬 스태그플레이션은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적자 및 정부의 경기 개입으로 말미암은 민간 분야의 위축에 따른 결과라는 반성에서 나왔다. 실제, 198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 등 세계 경제는 낮은 인플레와 안정적 경제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등장이라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우세하다.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으로 저가의 제품을 공급하는 한편 미국의 국채를 사준 덕에 인플레 없는 경제성장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인플레는 없었지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이 일었다. 경기침체는 잦아들었으나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이 오래 지속됐다. 1980년대 이후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이 미약했던 시대다. 균형 재정과 감세에 집착하면서 사회복지가 축소됐다. 이는 소득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전후 1948년부터 대인플레이션 전인 1969년까지 21년 중 39%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4% 미만이었다. 반면 1980년대 이후 대안정기 동안은 실업률이 4% 미만이었던 기간이 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부 장관이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대안정기는 특별히 안정이랄 것도,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다”고 평가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대안정기를 종식시키고, 신자유주의 교리들을 퇴색시켰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명운이 다해가던 신자유주의 질서와 교리들을 장례 치른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과 코로나19 위기였다. 세계화로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본 백인 중하류층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의 포퓰리즘은 이를 가속화했다. 트럼프는 재정적자를 메울 재원도 없이 2017년 1조5천억달러 부자감세를 추진했다. 또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사상 최대 2조3천억달러 경기부양안을 밀어붙였다. 공화당의 신조였던 균형 재정과 작은 정부 원칙이 허물어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저금리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일지 않았다. 연준은 경제성장 자극을 위해 2%대의 인플레 목표율까지 설정했다. 그동안 재정운용과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인플레 위험이 약화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이런 토대 위에서 미국의 자본주의를 바꿀 행보에 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 때보다도 더 큰 정부 역할 확대에 시동을 건 것이다. 맨해튼연구소의 마이클 헨드릭스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차대전 때 원자폭탄 개발 등 전비를 현재 달러 가치로 4조8천억달러나 썼는데, 미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쏟아부은 돈은 5조5천억달러다. 바이든은 이에 더해 향후 6조달러 지출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부양안은 월가·자산층만 덕봐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반성도 작용했다. 당시 공화당의 견제 속에 통과된 7870억달러 규모의 ‘미국 회복과 재투자법’은 경기회복이 중하류층까지 흘러가도록 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균형 재정과 인플레 방지라는 신자유주의 교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부양안은 좌우진영 모두로부터 월가와 자산층만 더 살찌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퓨리서치의 2010년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35%만이 그 부양안이 실업 방지에 효과를 줬다고 생각했다. 당시 민주당 오바마 정부는 중간선거에 패배해, 의회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줬다. 그 부양안을 협상했던 장본인이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이었다.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이런 과거의 성찰과 더불어, 미국과 자본주의가 직면한 중대한 현 상황에서 비롯됐다. 그 상황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대응을 촉구한다.

코로나·미-중경쟁·기후변화 덮쳐 6조달러 대형 지출안

첫째,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소득불평등과 중하류층의 불만을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됐다.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970년 미국 30대의 90%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나이였을 때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반면 2010년 그 비율은 50%로 줄었다. 금융위기 때 월가 점령(오큐파이)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위기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 위기를 일으킨 거대 월가 은행들뿐이었다. 위기 이후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격차는 더 벌어졌다. 코로나19 위기마저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불평등과 사회적 내상이 예상된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주식 등 자산버블은 심해지고 있어, 중하류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 때부터 제공된 직접지원금 등 정부 보조로 미국의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약 20%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부모 중 한명만 일하는 4인 가정은 1만2460달러를 직접 지원받는다. 이에 따라 아동빈곤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대결이다. 중국과의 디커플링(동조 해제)을 통해,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고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부흥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대안정기의 저인플레와 안정적 성장률은 미국 등 선진국들의 혁신과 생산성 증대 때문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이는 선진국 생산시설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이전했음을 뜻하고, 선진국 중하류층의 양질의 일자리 및 소득 정체로 이어졌다. 미국은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방안으로 디커플링을 선택했다. 즉, 중국을 배제한 공급사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사회기반시설·산업경쟁력 개선을 위한 대형 투자지출안은 중국의 도전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의 중하류층 노동계급을 의식한 조처다.

미-중 대결 상황을 본궤도에 올린 트럼프가 가장 실수한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파기라고 좌우파 모두 비판한다. 바이든도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이 칭하는 ‘중산층을 위한 대외정책’은 반무역협정의 완곡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가했다. 미국이 미-중 대결과 국내산업 기반 강화를 꾀하기 위해, 대외 정책에서 그간의 세계화를 지양하겠다는 의미다.

셋째, 지구온난화다. 기후변화는 이미 산업구조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화석연료에 바탕한 경제는 수명이 다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려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이 필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지출안이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채 의회를 통과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대형 지출안들이 인플레를 야기할 가능성은 3분의 1이라고 지적한다. 대형 돈풀기의 부작용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금리가 인상된다면 미국의 국가부채나 재정적자도 버티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리들이 장례를 치른 시점에서 더 이상 그런 우려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법인세·소득세율 높여 3~4살 아동 보편적 무료 탁아

바이든 확대재정안 보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큰 정부와 확대 재정을 위해 총 6조달러(약 6729조원) 규모의 대형 지출안을 마련했다. 1조9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구호 계획’은 이미 실시 중이다. 2조3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 1조8천억달러의 ‘미국 가족 계획’이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구호 계획’은 미국인 1인당 1400달러 직접지원금과 올해 여름까지 300달러의 추가적인 연방정부 실업수당 등이 포함된 코로나19 대비 긴급 경기부양안이다. ‘미국 일자리 계획’은 미국의 노후한 사회기반시설과 산업 경쟁력을 개선하는 향후 8년간의 투자지출안이다. ‘미국 가족 계획’은 3~4살 아동의 보편적 무료 탁아,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교육, 연소득 15만달러 이하 가정의 18살 이하 자녀에게 월 250~300달러 자녀양육보조금 지급 등을 담은 중하류층 불평등 개선책이다. 자녀양육보조금은 자녀세액공제 형태로 제공되는 한시적 조처지만, 일단 실시되기만 하면 미국 중하류층 복지체계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중하류층 부모들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내용도 전례가 없지만, 이런 대형 지출안은 그 규모에서 기존의 재정 운용 등 경제 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6조달러는 2019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21조4300억달러의 28%에 해당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해 3월에도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2조3천억달러 경기부양안, 12월에도 9천억달러 부양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이후 긴급 경기부양안과 투자지출안들을 모두 합치면, 9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거의 절반이다.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회계연도 연방예산 지출액인 4조4700억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천문학적인 재원을 마련하고자 증세도 추진한다. 바이든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에 적용되는 최고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100만달러 이상의 자본이득에 대한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9.6%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거대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글로벌 최저법인세(법인세 하한선)’ 도입도 합의한 상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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