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미군 차에 죽은 애제자 ‘한’ 풀려”

등록 2007-05-11 18:30

‘오키나와 민중 수난사’ 100m 대형조각 전시하는 긴조 미노루
‘오키나와 민중 수난사’ 100m 대형조각 전시하는 긴조 미노루
‘오키나와 민중 수난사’ 100m 대형조각 전시하는 긴조 미노루
2차대전 때 집단자살~미군기지 반대투쟁 ‘연작’
해방 직전 처형당한 한인 징용자 추모작도 포함

전체 주민의 3분의 1이 죽을 정도로 처절했던 오키나와전투(1945년 3월26~6월23일)와 전후 오키나와 민중들의 삶·투쟁을 그린 100m짜리 대형 조각 연작 ‘전쟁과 인간’ 전시회가 11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46일간 일본 오키나와현 요미탄 마을에서 전시된다.

미군 비행장 반환지이자 옛 일본군 비행장 활주로에 마련된 전시공간에 10년간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전시하는 주인공은 백발이 성성한 조각가 긴조 미노루(67). 가로 , 세로 3~4m짜리 부조 20여개와 실물 크기의 조각상 20여개로 구성된 대형 조각작품은 1980~90년대 한국 사회를 풍미했던 민중미술을 연상시킨다. 오키나와전투에서 가장 처참했던 주민들의 ‘집단자살’, 본토복귀(1972년) 전 미군 토지수용을 반대하며 투쟁했던 농민들과 현지 정치 지도자, 불도저와 총칼로 이를 막는 미군 등 오키나와의 애달픈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난달 28일 오키나와 현지에서 만난 조각가 긴조 미노루에게선 작품에 충만한 역사의식이 그대로 배어나왔다. “10년 전 내 뒤를 잇겠다고 조각을 도와주던 19살 제자가 미군의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작품제작에 착수했다.”

이번 100m 작품군에는 일제 때 오키나와에 끌려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못해 배가 고파 곡물을 훔쳤다가 1945년 4월22일 무참하게 처형당한 한국인 징용노동자를 추모하는 부조 작품도 포함돼 있다. 일본 시민단체 ‘평화 실현을 위한 모임’의 요청을 받아, 99년 8월 당사자의 고향인 경상북도 영양에 건립한 추모작품을 모델로 다시 제작한 것이다. 그는 일본 사람들도 ‘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며, 지난해 5월 같은 작품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건립하기도 했다.

그는 독학으로 조각을 배웠다. 고등학교 영어교사 시절인 33년 전 미군정이 실시되고 있던 오키나와에서 미군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사건을 보자 조각에 대한 꿈이 꿈틀거렸다고 한다. 그뒤 오카나와 전투, 원폭 등 사회적 테마를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저항 운동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때 위헌소송을 제기한 원고단의 한명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참배 때는 원고단 단장으로 소송을 주도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숨진 아버지의 명부가 야스쿠니에 안치돼 있는 전쟁 유가족이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오키나와인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그는 말했다.

요미탄(오키나와)/

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