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자민당 당원과 함께 도쿄 아키하바라 역광장에서 첫 선거 유세를 하면서 주먹을 높이 치켜올리고 있다. 도쿄/AFP 연합
일본 참의원 선거전돌입 아베 첫 유세 현장
부실연급 해결 호소…청중 반응 미지근
부실연급 해결 호소…청중 반응 미지근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일본 참의원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전 11시 도쿄 제이아르(JR) 아키하바라역 광장. 아베 총리는 ‘오타쿠 문화’의 성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지지정당을 정하지 못한 20·30대 젊은층을 노린 아베 총리의 유세 전략은 첫날부터 빗나갔다. 500명 남짓한 청중 대부분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고, 젊은 사람은 10%에도 못미쳤다. 상당수는 일장기를 들고 있어, 동원된 인파로 보였다.
아베 총리는 20분에 걸친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이번 선거 최대쟁점이자 지지율 급락의 주원인인 연금기록관리 부실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나에게 큰 책임이 있다”며 “개개인의 기록을 점검해 확실하게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성장이냐 후퇴냐’를 가름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청중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택시운전사인 히라노 히네루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에서 규제 개혁을 한다며 택시 영업을 마구 허가해 우리같은 사람들은 벌이가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2년 전 여름 중의원 선거때 고이즈미 전 총리를 지지해 자민당을 찍었다는 30살의 한 남성은 아베 총리가 “무엇보다 연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젊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없다”며 “각종 추문 때문에 자민당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78살의 자민당 지지 여성도 “역풍이 불어 자민당이 어려울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2년 전 ‘고이즈미 열풍’의 전초기지 구실을 했던 텔레비전과 스포츠지의 보도 태도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 스포츠지 편집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를 마구 비판하는 기사를 다루면 판매부수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각 방송사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찮다. 고이즈미 전 총리와 달리 길게 만연체로 자기 주장을 늘어놓다보니 오히려 질문자로부터 자주 호통을 당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여론이 싸늘하자 아베 총리는 연초부터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개헌 문제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아키하바라 유세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전날 각당 당수 토론에서도 “우선 국민들하고 논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발을 뺐다. 개헌 문제는 자민당이 제작한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슬쩍 지나가듯 걸쳤을 뿐이다.
납치문제는 여전히 유용한 득표수단이다. <주간아사히>는 최근호에서 경찰 관계자의 말을 따 “아베 정권이 납치 용의자 두명을 추가로 공개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며 ‘북풍’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 말미에 “메구미 등 납치 피해자 전원이 돌아올 때까지 힘을 빌려주세요”라고 다시 호소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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