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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문제는 임대차 3법 아니다…전셋값·보증률 상한 뒀어야

등록 2023-05-29 19:01수정 2023-05-30 02:33

전세사기, 원인은 무엇인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특별법안에 피해자 인정범위 확대와 보증금 회수 방안을 포함해달라는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려다 경찰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특별법안에 피해자 인정범위 확대와 보증금 회수 방안을 포함해달라는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려다 경찰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왜냐면] 임재만 |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전국적으로 전세 위기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져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새 임차인을 구해도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운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임차인을 속여 전세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보증금을 떼어먹은 전세 사기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전세 사기는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선순위채권이 있음에도 임차인을 속이고 전세보증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해 떼먹은 유형이다. 전형적 폰지 사기로 인천 미추홀구가 대표 사례다. 둘째는 서울 강서구 사례처럼 임대차계약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입주 뒤 임대사업자가 조세를 체납해 임차인 모르게 주택 압류를 당한 경우다. 임차인은 선순위 조세채권이 개별 주택가격보다 커서 경매의 실익이 없어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도 못 가는 상태다. 셋째는 임대차계약 당시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과 의도 모두 없는 무자본 갭투자(전세 낀 매매)다. 전체적으로 집값과 전셋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역전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기를 쳤어도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올랐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세 위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공고해지면서 아파트 공화국, 부동산 계급사회가 됐다. 월세보다는 전세, 전세보다는 자가 선호가 강하다. 은행은 임차인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보증금의 80~90%까지 대출해줬다. 임차인의 전세대출은 임대인이 주택에 투기하는 자금으로 이용된다. 주택도시보증은 깡통이 될 위험이 큰데도 공시가격의 150%, 즉 집값의 100%까지 보증금의 반환을 보증했다. 전세금에 대해선 세금도 건강보험료도 나오지 않는다. 전세를 정상적 주택임대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전세대출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으며, 주택도시보증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2013년에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제정해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 활성화를 꾀했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추가했다. 전세 위기의 씨앗을 뿌린 정부와 약초인지 독초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키운 정부 모두 책임을 면키 어렵다.

임대차 3법 통과 이후 전셋값은 폭등했고 전세대출과 보증금반환보증이 불을 지펴 전세 사기의 온상이 됐다는 게 현 정부 여당의 주장이다. 임대인이 선순위채권을 속일 수 있는 것이 임대차 3법 때문인가? 임대차계약 이후 조세를 체납한 것도 임대차 3법 때문인가? 보증금 상환능력이 없는 임대사업자가 갭투기를 벌인 것이 임대차 3법 때문인가? 전세 사기는 꾸준히 있었고, ‘갭투자’는 2015년경부터 뉴스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렸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셋값이 올랐다면, 임대차 3법이 여전히 살아있는 지금은 왜 전셋값이 하락하는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전세 살라”는 저금리 대출 확대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기 동안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유지와 통화량 급증으로 대부분 선진국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 국제 학계의 정설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금리가 오르고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와 역전세, 전세 사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세 위기가 크게 대두하기 이전인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뜬금없이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게 사실이면 윤석열 정부가 집값과 전셋값을 떨어뜨려 지금의 전세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말이 된다.

전세는 보증금이 갭투기 자금이 되고, 전세난이나 역전세와 깡통전세 등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제도다. 전셋값을 집값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거나 보증금 보증비율의 상한을 정해 집값이 하락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할 수 있도록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와 유형의 공익적 임대주택도 늘려야 한다. 정부 여당은 전세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 우선 피해자 구제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전세 위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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