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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배달 오토바이 이대로 안 된다

등록 2021-05-10 15:22수정 2021-05-11 02:06

[왜냐면] 김용현 ㅣ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신호대기 차선 맨 앞을 배달 오토바이가 장악했다. 빨리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앞자리를 선점한 것이다. 신호가 바뀌고 엄청난 굉음을 쏟아내며 질주한다. 배달은 속도와의 전쟁이다. 빠른 상품 전달을 원하는 주문자와 많은 건수가 수익인 오토바이 라이더의 이해가 속도의 상승을 부추기며 많은 사고를 유발한다. 작년 기준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모두 증가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배달 서비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달 오토바이의 위험한 운전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유모차가 다니는 인도의 틈새를 비집고, 사람이 건너는 횡단보도를 질주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머플러 구멍을 뚫어 고정된 엔진 출력을 상승시키는데 이때 생기는 소음은 우리의 평온한 삶을 흔든다. 빌딩과 주택 사이를 주행할 경우 엔진 폭발 소음이 사방에 튕겨 증폭되고 사라질 때쯤 또 다른 오토바이의 엔진음이 덧입혀진다. 소리는 야간에 더 증폭되는데 야식 배달과 새벽 배송의 일상화로 24시간 인간의 삶 곳곳을 파고든다. 수면시간이 모자란 현대인에게 불을 끄고 눈을 감는 시간 울리는 오토바이의 배기 진동음은 고문에 가깝다. 이에 대한 국민의 스트레스를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대면 상황에서 그들의 존재는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또 다른 생명줄이다. 날씨와 시간을 돌파하여 음식과 상품을 날라주고 방문할 수 없는 음식점, 옷가게, 마트를 대신 방문해주는 든든한 발이 된다. 어쩌면 이 시대 유통의 천사일 수도, 위험한 폭탄일 수도 있다.

최근 정부는 경찰력을 이용해 단속을 강화하며, 시민 제보를 통해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으나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처벌은 약하고 기동력에서 뒤처진 단속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더 대부분이 영세하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제재를 강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비대면 기간의 끝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택배 오토바이 증가는 피할 수 없으며 앞서 열거한 문제점들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시민의 안전과 삶의 편리 가운데 균형 있고 과감한 결단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

우선 배기 소음의 해결책으로 전기오토바이 보급에 힘써야 한다. 전기를 이용한 모터 구동으로 운전하기에 소음은 제로이며, 배기가스 또한 발생되지 않아 대기 환경 개선 효과가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전기오토바이 보조금을 확대하고 이를 채택한 업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보급되는 오토바이의 등록을 강화하며 전면부와 후면부에 기계·운전자 정보를 담은 큐아르(QR)코드 장착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기존 번호판 체계보다 단속의 신속성과 정확성에서 여러 장점을 가진다. 더불어 오토바이 불법 개조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배기 소음 기준을 분석하여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처벌과 규제에 앞서 무엇보다 의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라이더를 속도의 벼랑으로 내몬 게 아닌지, 적은 배달 수수료로 배를 불리는 플랫폼 기업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비와 바람, 눈을 이겨가며 속도의 끈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이 그들을 요구하고 그들 역시 우리의 삶을 통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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