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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과거 ‘위성 발사’ 성공해 놓고, 북한은 왜 새 로켓을 쐈을까

등록 2023-06-02 19:00수정 2023-06-03 00:59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의 발사 장면을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의 발사 장면을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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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북한이 신속히 실패를 인정한 게 새롭다는 시각도 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 실패를 인정한 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관심 가는 부분은 왜 실패했을까 같다.

북한은 이미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두차례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위성정보 제공 누리집(n2yo.com)을 보면, 당시 쏘아 올려진 ‘광명성 3호 2호기’(KMS-3-2)와 ‘광명성 4호기’(KMS-4)는 지금도 위성 궤도를 돌고 있다. 광명성 3호 2호기는 372~388㎞ 높이에서 지구를 92분에 한 바퀴씩, 광명성 4호기는 309~318㎞ 상공에서 90.7분에 한바퀴씩 돈다. 물론 이들 위성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그럼에도 북한은 이런 성공 사례를 버리고 굳이 실패를 무릅쓰고 이번 발사에 신형 로켓을 사용했다. 왜 그랬을까?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을 활용해 7년 전보다 더 효율적인 위성용 로켓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를 우주로 쏘아 올린 ‘은하-3호’ 로켓의 잔해를 서해에서 건져 올려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은하 로켓 1단 추진체가 노동미사일 엔진 4기를 묶어 120톤의 추력을 내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군은 이번에도 ‘만리경-1호’ 위성을 쏘아 올린 ‘천리마-1형’ 로켓의 잔해 일부를 서해에서 수거했다. 이번에는 어떤 기술을 적용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 실패 직후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재발사 의지를 보였다. ‘가급적 빠른 기간’이 언제일지 특정할 수 없지만, 실패 원인 분석 및 결함 보완 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년 ‘광명성-3호’ 발사 때도 1차 실패 뒤 여덟달 만에 2차 발사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이번 발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나서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탄도로케트(미사일) 기술 이용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는 우리 국가의 우주 이용 권리를 심히 침해하고 부당하게 억압하는 날강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금지는 2009년 6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서 처음 도입됐다. 바로 앞서 광명성-2호를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였다. 탄도미사일이 핵을 실어 나를 운반 수단이기 때문에 핵 개발과 함께 차단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금 같은 국제 정세라면 이런 결의안에 상임이사국 중국이 비토권을 행사해 막았을 법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중국이 북한을 위해 유일 패권국 미국과의 정면 마찰을 감내할 의지가 없던 시절이었다.

어떻든 유엔 안보리 결의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안 된다”고 엄격히 금지된 것은 지구상에 북한뿐이니, 당사자로선 부당하다고 느낄 법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여섯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건 바로 북한 자신 아니던가.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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