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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뉴타운 사업을 걱정하는 까닭은 / 장영희

등록 2008-04-29 19:14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고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북지역의 주택가격 폭등과 아파트 위주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그리고 기존 뉴타운 사업이 아직 가시화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당분간 뉴타운 추가 지정을 보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오 시장이 지적한 문제점들은 뉴타운 사업 시행 초기부터 예견됐고 걱정했던 사안들일 뿐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뉴타운 사업의 위상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지정된 뉴타운 사업 지역은 약 25만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면적으로는 약 24㎢ 약 720만평에 이른다. 사업지 주변 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 지구로 지정되었을 뿐 실제 사업은 약 200곳 이상의 사업 구역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현재까지 뉴타운 사업지구 중 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된 곳은 17지구로 사업구역은 약 127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 시행 인가가 난 곳은 29, 관리 처분 인가가 나서 착공에 들어간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최소 50만㎡ 이상이 되는 기존 시가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뉴타운 사업의 관건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면 재개발 사업이 촉진되고 주택 공급이 확대되며 국내총생산(GDP)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주택 공급과 경제적 활력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뉴타운 사업 구역에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서민들이 살고 있는 값싼 주택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해부터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약 10만호 정도의 가구가 철거될 예정이지만, 그만한 소형 주택은 공급되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뉴타운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주민 사이 반목과 갈등으로 공동체가 와해되고 상당수 주민들의 주거 여건이 더 퇴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발의 뒤안길에서 매몰차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외곽으로 밀려나가 사회 문제화되는 사례는 이미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재개발 과정에서 경험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뉴타운 사업을 단순히 주택 공급 확대나 투자 촉진 개발사업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주택이 멸실되고 어떤 사람들이 쫓겨나게 되는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뉴타운은 지역개발 공약이 되었다. 규제를 풀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니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누구도 부동산 가격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되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내집 마련의 부푼 꿈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공약으로 포장했을 뿐 개발 뒤의 어두운 부분은 애써 외면해 왔다.

앞으로 뉴타운 사업은 균형발전보다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좀더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 상승을 염두에 둔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기존 도시의 흔적을 송두리째 없애는 도시 설계, 개발 이익에 기댄 기반시설 공급, 개별 조합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세입자 주거 대책 등 현재 사업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부문의 투자와 주민들에 대한 맞춤식 주거 대책 등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뉴타운 사업은 대도시의 내부를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우리의 도시가 개발의 욕망에 따라 재단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다시 설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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