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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구절판

등록 2011-04-24 19:49

구절판은 참으로 수려한 음식이다. 오방색 어우러진 그 자태가 얼마나 멋들어졌으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대지>의 작가 펄 벅으로 하여금 차마 젓가락도 대지 못한 채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게 했을까. 하긴 우리들에게도 구절판은 먹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곱다.

구절판은 원래 둘레의 여덟 칸과 가운데 한 칸으로 이루어진 기명을 일컫는 이름인데, 그것이 아예 음식 이름이 되었다. 둘레의 칸에 곱게 채 썰어 담은 여덟 가지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집어 가운데 칸에 담은 밀전병에 싸 먹는다.

구절판의 유래는 좀 애매하다. 구절판을 흔히 궁중식과 민간식으로 나누는데, 조선시대 궁중의 잔치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에는 그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조선의 수많은 요리책에도 구절판에 관한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동국세시기>에 유두절의 시식으로 올라 있는 밀쌈이 구절판의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고, 옛날 양반들이 산과 들로 화전놀이를 갈 때 휴대하던 나들이 음식이 그 연원이라고도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1973년에 발굴된 경주 천마총에서 구절판과 비슷한 찬합이 출토된 것을 보면 옛날부터 궁중에서 먹던 음식이라는 추정이 허구가 아닐 수도 있다.

구절판은 1938년에 나온 조자호의 <조선요리법>에 비로소 얼굴을 내민다. 이후 궁중음식 연구가 황혜성은 구절판이 술안주라고 한 바 있는데,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1900년대 초반에 궁내부 출신 안순환이 세운 요정 ‘명월관’ 같은 곳에서 비롯된 요리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이태원의 ‘가야랑’에 가면 음식 위주로 만든 진구절판과 마른안주를 담은 건구절판을 다 맛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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