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기 미국은 사회주의 진영에 두 가지 전략을 펼쳤다. 하나는 조지 케넌이 내놓은 ‘봉쇄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존 덜레스가 내놓은 ‘평화적 이행’ 전략이었다. 이른바 ‘평화적 이행’ 전략은 접촉을 통해 서방의 가치관, 이데올로기와 생활방식을 주입하여 사회주의국가를 내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이 전략에 쓰는 1달러 효력은 국방비에 쓰는 5달러에 맞먹는다 하였다. 닉슨 시기의 미국은 소련을 와해시키기 위하여 동유럽에 이 전략을 펼쳤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은 고르바초프의 소련에 대해 이른바 “억제를 초월한 새 전략”을 펼쳤다. 역시 ‘평화적 이행’ 전략이였다. 소련의 해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닉슨의 미국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이유에는, 또 그 후 미국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이유에는 역시 중국을 ‘평화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여느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이 전략을 보류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처절하게 바란 북한이었기에, 미국에는 이 전략을 펼칠 시공간적 여유가 어느 나라보다 많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시기는 미국이 ‘평화적 이행’을 시도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1차 북핵 위기는 남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발표하고 북-일이 한창 국교정상화 담판을 할 때 터졌다. 2차 북핵 위기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시간대에 터졌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는 ‘9·19 공동선언’이 나오자마자 터졌다. 우연이었을까. 결국 미국이 바란 것은 ‘위기’에 따른 ‘봉쇄 전략’이지 ‘평화적 이행’은 아니었다.
미국에 필요한 북한은 동북아에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북한인 것 같다. 또 그렇게 몰고 온 것이라 하겠다. 왜일까. 바로 북한을 미국의 아태전략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북한에 속을 대로 속고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이 북한이라는 ‘적대국’이 없었으면 미-일, 한-미 동맹을 지금과 같이 전례없이 강화해올 수 있었을까? ‘아태회귀전략’이 나올 수 있었을까? 중국이 결사반대하는 사드 배치도 거리낌 없이 논할 수 있을까? 북한에 지칠 대로 지쳐도 그만한 대가를 챙겼기에 아쉬울 것 없는 미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결국 미국에 놀아난 것은, 남은 것이 핵무기밖에 없는 북한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미의 대북 ‘봉쇄 전략’은 이제 와서 극에 달하는 것 같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부터 한·미·일과 서방세계의 단독제재가 북한의 몸통을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한국은 아프리카, 이란, 우간다, 쿠바 등 북한 우방국들을 돌며 북한의 손발을 자르고 있다. 한국은 이참에 북한을 아예 끝장내려는 것 같다. 그렇지만 미국이 원하는 북한은 끝장나는 북한이 아닌 것 같다. 정녕 북한을 끝장내려면 미국에는 오히려 ‘봉쇄 전략’이 아닌 ‘평화적 이행’이 더 이롭지 않을까. 미국에는 한반도 통일이 한국처럼 절박하지 않다. 미국에 필요한 북한은 여전히 ‘봉쇄 전략’에 반발하고 계속 ‘사달’을 일으키는 북한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정제동’(以靜制動)의 인내전략으로, 자기는 가만히 있고 북한만 움직이게 한 것이 아닐까.
어찌됐든 대북 ‘봉쇄 전략’으로 미국은 원하는 국면을 이뤄왔다고 할 것 같다. 물론 북한의 ‘도발’은 필수요건일 것이다. 한국에는 어떨까. 북한을 무너뜨리고 원하는 ‘통일’을 이루게 되는 것일까? 북한의 적개심만 키워주며 동방의 화약고에 계속 화약을 재워놓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손오공이 여래불의 손바닥을 못 벗어나듯 남북한 모두 미국 전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한반도가 평화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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