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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 김수헌

등록 2020-02-23 18:22수정 2020-02-24 09:40

김수헌 ㅣ 경제팀장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온 나라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전염병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가졌던 낙관적인 기대는 자취를 감췄다. 개인적으로도 코로나19 체감지수가 확 올라갔다. 고향 도시가 확산의 진원지가 됐고, 지난 주말 동안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탓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스크를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 경제도 애초 기대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파에 맞닥뜨려야 할 상황에 처한 것 같다. 지난주 초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 때문에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해달라”고 당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을 독려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새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결과적으론 머쓱해진 모양새다.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힘든 국면이 됐다. 지금은 경제 타격을 염려하기보다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단기적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당연히 불요불급한 대외 활동이나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

당분간 경제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하루 평균 수출액이 9.3% 급감한 건 서막에 불과하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이후 상황을 반영한 심각한 수준의 심리지표나 통계 수치들이 잇따라 발표될 것이다. 이미 국외 경제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 위축으로 인한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느냐다.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늘 그랬듯이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의 폐업이나 실직이 속출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역량을 이들에게 먼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조기 추경 편성을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다. 중요한 건 추경의 쓰임새다. 이번 주 후반 발표할 예정인 단기 대응 중심의 1차 경기대책과는 별도로 추경을 전제로 한 종합적인 위기 극복 프로그램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관료들의 서랍 속에서 꺼내 재활용하는 관성적 대응이나 효과를 담보하기 힘든 그저 그런 소비 진작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영업자 임대료 경감 방안이 됐든 뭐가 됐든 코로나19 확산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버팀목이 될 정책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례를 따지지 말라.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은 중요한 메시지다.

추경과 더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본다. 마침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열린다. 물론 현재 기준금리(연 1.25%)가 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추가 인하에 따른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이번을 넘기면 다음 금통위는 4월에 있는데 자칫 실기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두고도 부정적인 주장들이 나오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을 70% 정도로 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연간 이자비용이 최대 3조원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빚이 있는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절감된 이자비용의 상당 부분은 소비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늘어난 소비 수요가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대체하는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한국투자증권)도 참고할 만하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맞닥뜨리는 돌발 외부 충격에 의한 경제 비상 상황이다. 정부로선 위기 대처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선 것이다. 취약계층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빨리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위기 대응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해본다.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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