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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같거나 다르거나] 리더십의 부재 / 금태섭

등록 2020-08-05 18:19수정 2020-08-06 10:23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까마득해 보입니다. 그간 미래통합당의 인적 충원은 명망가 중심의 인재 영입이었습니다. 그것도 법조, 행정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정치 정당이 아니라 법조당, 정부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당내 만연한 권위주의적 문화는 청년을 의례 동원의 대상이자 들러리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었던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용태

금태섭|정치인

김용태 전 의원님, 좋은 책(<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책을 권해드리겠습니다. 조귀동씨가 쓴 <세습 중산층 사회>입니다. “386세대가 자신들도 모르게 로또 세대가 되었”다는 말씀, “반면 아랫세대는 중소기업-비정규직-비노조의 불안한 지위와 낮은 임금에 내몰리게 되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전면적인 임금피크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없이 정년만 연장하는 방안에는 저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임금피크제의 확장이나 직무급제 같은 제도 도입만을 얘기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386세대 중 가장 젊은 69년생(51세)이 2029년이면 정년을 맞기 때문에 실제 도입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노동시장 개편은 우리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귀동씨는 그런 측면에서 세대 간 불평등의 해결책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우는 것은 386들 스스로에게 별 피해가 없는, 그러면서도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문제는 단순히 세대 간의 불평등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요직에 앉아 있는 386들이 한곳에 모여서 자기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젊은 분들에게 양보하자는 합의를 했다고 쳐 봅시다. 그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20대, 30대 모든 분에게 혜택이 갈 수는 없습니다. 젊은 세대가 절망하는 것은 상위 10%에 속하는 부모를 둔 자녀들이 부모의 능력과 네트워크에 힘입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노조에 해당하는 부모를 둔 20대와 중소기업-비정규직-비노조에 해당하는 부모를 둔 20대의 지위가 영속됩니다. 소위 ‘세습 중산층’의 형성입니다. 이런 불평등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귀동씨가 말한 ‘기회의 평등’이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두고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논쟁과 토론을 통해서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렇게 찾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가려면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지도자의 존재는 어느 사회에나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은 대중보다 반걸음 앞서가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반걸음”이라는 가까운 거리에 주목해서 대중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의미로 새기는 분도 많지만, 저는 “앞서가야 한다”는 말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정치인은 단순히 다수를 따라가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지지를 등에 업고,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앞장을 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정치의 큰 변곡점이 된 탄핵 촛불집회 현장에서 저는 한편으로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인으로서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21주 동안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나 대선 주자가 한 번도 중앙 무대에 올라가 연설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주최 측이 배려한 맨 앞줄에 앉아서 사회자의 지휘에 따라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불렀을 따름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 혹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 자리에 있었어도 그랬을까? 그때 저의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입니다.

연단 위에 등장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정치에서 리더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여야의 지도적 인사들이 스스럼없이 “지지자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빠’로 불리는 극렬 지지층이 온라인에서 상대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쏟아내거나 심지어 약자를 공격해도 나서서 만류하는 정치인을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그 힘에 편승하기 위해서 인기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온라인 여론에 찍힐까봐 이미 했던 말을 주워 담는 남사스러운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층의 눈치나 보는 정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긴 안목과 끈질긴 인내심을 가지고 어려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쏟아지는 욕을 먹으면서도, 때로는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용감하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왜 우리 정치에서 용기 있는 지도자가 사라졌을까요? 실력과 의지를 갖추고 책임을 마다하지 않는 큰 정치인을 가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전 의원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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