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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철 칼럼] 심상정의 ‘책임연정’을 주목한다

등록 :2021-10-20 16:36수정 :2021-10-21 02:35

책임연정론의 정치적 함의는 네거티브를 극복하고 포지티브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정을 꾸린다면 네거티브 일색, 정치 사법화로 치닫는 대선판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책임연정은 또 단일화에만 매몰됐던 선거연대의 외연도 넓힌다. 연정은 정책 합의를 토대로 후보의 역할 분담, 내각 지분 등을 정한다는 점에서 나눠먹기와 다르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국회사진기자단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국회사진기자단

백기철|편집인

지난주 정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이 이른바 ‘책임연정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양당이 차려놓은 후진 메뉴 중 차악을 선택할 게 아니라 새 밥상을 차려야 한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당제하의 책임연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시민세력 등과 연정을 꾸리되,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를 한 집권을 상정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몇몇 정당이 연정을 하면서 소수당이 총리를 맡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다당제·의원내각제인 유럽과 달리 우리는 양당제·대통령중심제이고, 연정 경험도 거의 없다. 또 정의당은 6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이다. 심 후보 말이 다소 허황하게 들리는 이유다.

특히 심 후보 주장은 과거 선거에서 진보 정당의 발목을 잡았던 ‘단일화 프레임’의 덫에 빠져들 위험성도 있다. 연정, 단일화를 얘기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미리 정하기는 어렵다. 자칫 대선 막판 심 후보가 거꾸로 ‘역단일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운 건 대선판이 너무도 묘하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의 두 선두 주자들이 대형 의혹 사건에 휘말려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할지 모른다. 수사의 종착지가 어디든 둘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안은 채 대선 정국을 헤쳐가야 한다.

심상정의 주장은 일단 연정 실현보다는 정치 공세의 성격이 짙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대선 이야기만 나오면 상당수 사람이 찍을 이가 없다, 도대체 차선이 있냐며 우울해하는 게 요즘 세태다.

그런 측면에서 심상정은 소수 정당 후보라는 약점을 빼면 상당한 우량주다. 사법적·도덕적 논란이 불거질 일이 거의 없다. 현실 정치에 여러번 좌절했지만 늘 극복하려고 애써왔다. 현실 정치를 알고, 다룰 줄 아는 몇 안 되는 진보 정치인이다. 이번에 심상정이 내놓은 주4일제, 신노동법 등 정책 의제들도 조만간 우리 사회가 통과해야 할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 환경은 심상정에게 썩 우호적이지 않다. 당내 경선에서 드러났듯 그도 이젠 흘러간 세대로 간주되는 흐름이 있다. 선거제 개혁 좌절, 조국 사태 등으로 타격이 컸다. 정치 상황만 보면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정을 얘기하기 쉽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만큼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이제부터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두 사람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사건 향배에 따라선 두 사람은 더 심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은 이번 대선의 흑역사 중 하나다.

책임연정론의 정치적 함의는 대선의 네거티브 요소들을 극복하고 포지티브를 극대화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연정은 선거 승리만이 아니라 정책 합의를 전제로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정을 꾸린다면 네거티브 일색, 정치 사법화의 극한으로 치닫는 대선판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두 당 정책 연정의 포인트는 다당제 선거 개혁, 책임총리제 등 내각제적 국정 운영, 불평등 대책 등이 될 수 있다.

책임연정은 그동안 단일화에만 매몰됐던 선거 연대의 외연을 넓히는 측면도 있다. 정책적 토대가 없는 단일화는 성사되기도 어렵고, 나눠먹기·야합으로 비판받는다. 연정은 정책 합의에 따라 후보의 역할 분담, 내각 지분 등을 정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나눠먹기와 다르다. 합리적, 이성적 나눠먹기에 해당한다.

이재명 후보는 책임연정 논의를 마냥 자신을 겨냥한 공격 소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번 대선은 양자 대결 가능성이 큰데, 1~2%포인트 박빙 싸움이 될 수 있다. 당 밖으로 외연 확장과 당내의 화학적 결합은 이 후보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과도 같은 대선 정국에서 도대체 연정이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다. 현실이 그럴수록 이상을 간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심상정과 정의당에는 이번 대선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대선판에서 독립변수로 서려면 풍찬노숙하던 시절의 기개로 고독한 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다큐영화 <노회찬 6411>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온 고 노회찬의 일갈은 여전히 울림이 있다. “우리가 지금 정치를 하는 겁니까, 혁명을 하는 겁니까. 집권이야말로 정당의 최종 목표입니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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