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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모 문건’ 전파한 대검 대변인, ‘총장 가족 대변인’인가

등록 2021-11-11 18:33수정 2021-11-12 02:35

권순정 전 대검찰청 대변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권순정 전 대검찰청 대변인.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검찰청이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때인 지난해 3월 윤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사건 관련 문건을 만든 일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권순정 대검 대변인이 이 문건을 적극 전파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지난달 말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영장에 “권순정 전 대변인이 기자들을 불러 사건 경과 문건을 열람하게 하고 장모 최씨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이다. 권 전 대변인은 한 기자에겐 메신저로 최씨 변호인의 입장이 담긴 문건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 조직을 대변하는 공적 직위인 대검 대변인이 ‘총장 가족의 대변인’ 노릇을 한 셈이다.

당시는 윤 총장 장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20억원대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던 때다. 이에 윤 총장은 “수사 상황을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밝혔고 대검도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검에서 대응 문건을 만들고 대변인이 이를 언론에 전파하는 등 검찰 조직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전 대변인은 “당시 일부 언론은 과거 총장 장모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및 처분을 비판하는 무리한 보도를 했다”며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오보 대응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언론 대응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 사안에 대해 지휘부인 대검이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장모 최씨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상한 수사’라고 표현하는 등 문건 내용도 편향적이었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씨를 ‘투자자’로 표기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이후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고, 후자의 경우 유죄 판결까지 나왔다. 결국 한쪽에 치우친 내용을 언론에 전달한 셈인데, 이는 ‘개인 변호사’나 할 일이다.

‘장모 문건’은 ‘고발 사주’ 의혹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검찰이라는 국가 공조직이 검찰총장 개인과 가족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는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원칙을 허물고 검찰을 사유화한 행위다. 두 사안의 진상은 물론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까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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