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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재 병상이 최대치”, 이 정도 준비로 ‘위드 코로나’ 시작했나

등록 2021-11-26 18:01수정 2021-11-26 19:03

지난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로 예정됐던 새 방역대책 발표가 다음주 초로 미뤄졌다. 25일 열린 일상회복위원회에서 ‘비상계획’ 시행을 둘러싸고 참석자들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방향을 잡기도 어려울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와중에 26일 수도권의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1310명에 이르렀다. 전날보다 370명이나 급증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급증해 상태별로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린 탓이라고 하는데, 핵심을 피해 가는 해명이다. 본질은 병상 부족이다.

2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4.5%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보내는 이른바 ‘병상 통합 관리 대책’을 내놨는데, 이젠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2.8%까지 치솟았다. 지금 확보된 병상 수로는 한계에 육박한 게 확실하다. 2% 중반대인 중증화율이 유지되면 병상이 다 차기까지 길어야 열흘 안팎이다. 중환자에게 배정할 병상이 없다는 건 경각에 달린 목숨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사망자가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39명으로 지난 7월 4차 유행 이후 가장 많았는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위드 코로나는 설 땅이 없게 된다. 게다가 기존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돼 세계보건기구(WHO)가 26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현재의 중환자 병상 1135개는 최대치를 확보한 것”이라는 25일 당국자의 언급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중환자 병상을 늘릴 수 없다는 건 더는 위드 코로나를 지속할 수 없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 1.5%대로 잡았던 중증화율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지만, 예측이 빗나갔을 때를 대비한 플랜비(B), 특히 중환자 병상 대책이 없었던 건 훨씬 큰 문제다. 이런 준비 상태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면 직무유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준중증 병상을 확보해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된 환자를 옮기도록 의료기관들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시급히 필요한 조처인 건 맞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실상을 정부만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진료를 달가워하지 않는 상급종합병원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외국은 전체 중환자실의 20~30%, 많으면 70%까지 코로나19 환자에게 배정한다. 우리는 고작 10%다. 병상과 의료인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눈앞의 위기 대처도, 위드 코로나의 지속도 기대할 수 없다. 기우제는 이미 충분히 지냈다. 지금은 강력한 행정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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