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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 신뢰 얻지 못한 윤 대통령 퇴행의 100일

등록 2022-08-16 19:10수정 2022-08-17 02:40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5월10일 취임식 직후 과반(52%·한국갤럽)을 기록했던 국정수행 지지도는 3개월 남짓 만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초보 운전자의 난폭 운전과도 흡사한 국정운영을 보며 상당수 국민이 기대를 접고 신뢰를 내려놓았다는 방증이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던 취임사의 다짐은 무색해졌다.

모든 상황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집권 초기 검찰 출신에 편중된 인사나 ‘아는 사람’ 위주의 정실 인사와 부실 검증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빗발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거나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추천한 사람들의 대통령실 채용,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사 분별을 잃은 처신은 윤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했던 국민을 실망시켰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에 대해서는 취임 뒤 90일 넘게 아무런 언급을 않다가 8·15 경축사에서야 설익은 대북 제안을 불쑥 내놓았다. ‘만 5살 취학’ 정책의 입안과 추진, 포기의 과정은 이 정부가 나라를 경영할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이 무엇인지부터가 불분명하다.

물론 새 정부가 성과를 내기에 100일은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도자다움’을 보여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현실은 어땠는가. 진영과 갈등이 지긋지긋하다는 국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윤 대통령은 통합과 협치에 대해선 의지조차 제대로 피력하지 않았다. 사사건건 전 정권 탓과 의회를 무시한 시행령 통치로 치달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택 지시’가 왜 논란이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모습에 민심이 성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도, 상황을 풀 수 있는 이도 결국 윤 대통령 자신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생각은 전면적 쇄신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16일 출근길 약식문답에서는 “변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대통령실에서도 홍보 쪽에 약간의 진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인식과 국정기조의 대전환이 절실하다는 요구를 ‘정치적 득실’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몰아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초유의 사태의 핵심 책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16일 ‘의총 재신임’이란 요식 행위로 자리를 지키게 하고 비대위원을 겸직시켰다. 이 정도로 싸늘하게 식은 국민의 마음이 돌아설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여름휴가 뒤 첫 출근 때만 해도 “늘 초심을 지키며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진정한 ‘초심’은 대통령 선거의 표차 0.73%포인트를 상기하고 겸손해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때문에 불안감과 당혹감을 느끼는 국민적 스트레스는 지난 100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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