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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28일 정책실장’이 비서실장, 비대위원은 ‘반민주당’…이게 쇄신인가

등록 2023-12-29 18:17수정 2023-12-29 22:3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대기 비서실장을 지난 28일 전격 경질하고, 그 자리에 이관섭 정책실장을 임명했다. 정책실장에는 대통령 선친의 제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국가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각각 보임됐다. 국민의힘도 같은 날 한동훈 위원장이 이끌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곧 집권 3년차를 맞는 대통령실,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둔 여당의 체제 정비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로 3실장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신설된 정책실장에 승진·임명하면서 ‘용산 2기’, ‘3실 체제 완비’라고 설명한 지 한달도 안 됐다. 김대기 전 실장은 11월 인사 때 유임됐다. 10월 보궐선거 참패,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신임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한달도 안 지나 돌연 경질하면서 설명 한줄 없다. “정책 조율의 최적임자”라던 이관섭 실장은 28일 만에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돌려막기 인사 아닌가. 시기·인물·방식이 모두 부적절하고, 이렇게 급조된 인사는 전례도 찾을 수 없다. 국정 안정성, 국민 신뢰는 뒷전이다.

여당 상황이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의 위기라고 했던 한 위원장은 ‘싸움꾼’을 불러모았다. 극우로 전향한 옛 운동권 인사, ‘조국흑서’의 저자, 자타칭 ‘이재명 저격수’ 등으로 비대위 진용을 꾸렸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정치인은 김예지 의원 1명뿐이다. ‘40대·전문가 중심’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다수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참신할 수도 있지만, ‘반정치’ 성향을 띠기도 쉽다. 더욱이 위원 명단은 한 위원장이 철저한 보안 속에 혼자서 짰다고 한다. 이런 ‘밀실 인선’은 겨우 하루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29일 민경우 위원의 과거 ‘노인 폄훼’ 발언, 박은식 위원의 ‘여성 혐오성’ 발언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벌어졌지만, 한 위원장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되레 “상대 당의 왜곡과 선동에 맞서자”며 민주당 등 야당과의 싸움을 앞장서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기어이 임명장을 줬다.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이 정부의 24번째 인사다. 당정 어디에서도 성찰과 쇄신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엔 “국민이 늘 옳다”더니, 말뿐이었다. 원칙 없는 땜질 인사, 오직 총선 승리만 염두에 둔 갈라치기 정치가 무한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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