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설계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역차별이다. 하지만 소득 하위 70% 노인을 어떻게 가를 것인가 하는 것도 그 못지않은 난제다. 65살 이상 노인 인구 598만명(2012년 12월 기준) 가운데 소득 기준 상위 30%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하위 70%만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를 가르는 기준은 소득과 재산을 합한 소득인정액이다. 이는 계산이 복잡하고 편법이 끼어들 여지가 많아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현재 소득 70%를 가르는 기준은 홀몸노인의 경우 월 83만원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준 다음에 예금 2억원을 가진 노인의 경우에 소득은 월 75만원으로 쳐줘 기초연금을 받는다. 반면에 130만원짜리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2억원짜리 집을 가진 경우는 소득인정액이 93만원으로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된다.
소득 하위 70%를 정하는 기준이 기초연금과 같은 노령연금에서 이미 이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윤희숙 연구위원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최상위 10%에 해당하면서 고령자가 있는 10분위 25만1300가구 가운데 54.2%인 13만6200가구에 노령연금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층인 3분위 고령자 가구의 68.1%, 4분위 고령자 가구의 58.6%가 노령연금을 받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이 분석한 자료를 봐도,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노인 4.2%가 현행 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반면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노인 가운데 15.9%는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 노인 1037명 가운데 4.5%(47명)가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폐단은 모든 사람을 복지 대상으로 삼지 않고, 선별적으로 복지를 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정한 기준을 세우더라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모든 노인들에게 일단 기초연금을 주고, 고소득층의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미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선별이냐 전면이냐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복지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한 국민 의견 수렴 통로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기초연금 문제도 원점에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 바란다.
[시사게이트#12] 박대통령의 '후불제 공약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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