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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체적 난맥상 드러낸 진영 장관 사퇴 파동

등록 2013-09-29 19:09수정 2013-09-30 17:57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동이 점입가경이다. 진 장관은 국무총리의 두 번에 걸친 사표 반려와 업무 복귀 촉구에도 불구하고 29일 공개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것을 여러 번 반대했고,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며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반대한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 이건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만류를 정면으로 뿌리치는 항명성 발언인 셈이다.

진 장관 발언은 출범한 지 7개월을 넘긴 박근혜 정부가 내부적으로 심각한 난맥상에 빠져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진 장관은 대선 당시 정책위의장으로 공약을 총괄한 사람이다. 새 정부에서도 복지정책 주무장관으로 발탁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컸다. 그런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충돌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권력 내부에 심각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가 일방 독주하는 상명하달식 국정운영이 정권 내부로부터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진 장관 발언대로라면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은 그 과정이나 내용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진 장관은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에 대해 계속 반대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는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정부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진 장관의 갈등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결국 주무장관조차 설득하지 못한 채 청와대가 찍어누르듯 공약 파기를 강행한 셈이다.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국민에게 공약 파기의 정당성을 설명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진 장관의 행동이 경솔한 측면도 분명 있다.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공개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어떻게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거취를 결정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장관더러 고압적으로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것은 더 문제다. 진 장관은 양심의 문제를 거론했다. 대통령 뜻을 앞세운 강압적 밀어붙이기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왔다.

국민연금 연계안 원점 재검토해야

이번 사퇴 파동으로 기초연금 문제도 새 국면을 맞았다. 진 장관 발언으로 기초연금 수정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나서 동문서답식 해명을 하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최 수석은 “국민연금을 장기 가입해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뭉뚱그려 말함으로써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으로는 분명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의 기초연금 대상자와 수령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부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진 장관 사퇴 파동은 그간 박근혜 정권의 폭주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내부 경고음이다. 대통령과 몇몇 측근이 국정을 쥐락펴락하며 군사작전 하듯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독단과 전횡을 계속하면 언젠가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나오게 돼 있다. 집권세력은 진 장관 파동을 계기로 그간의 퇴행적 국정운영을 일신해야 한다.

[시사게이트#12] 박대통령의 ‘후불제 공약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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