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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법농단’ 판사들 복귀, ‘공정 재판’ 믿을 수 있나

등록 2020-02-18 17:24수정 2020-02-19 02:40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대법원이 17일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 판사 7명을 다음달 1일부터 재판에 복귀시키는 인사발령을 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3월 ‘사법연구’ 명목으로 재판에서 배제한 지 1년 만이다. 대법원은 이들에 대한 ‘사법연구’ 발령을 1년 이상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가 채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너무 행정편의적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뜩이나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무죄 판결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는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대법원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현직 판사 4명 가운데 서울고법 소속이던 임성근·신광렬 부장판사는 각각 부산고법과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원 소속 법원으로 발령했다. 1심 진행 중인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대구고법으로, 심상철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부장판사와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원래대로 돌아간다. 항소심이 열릴 서울고법 소속 판사들만 이동했을 뿐 다른 판사들은 종전 법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들이 복귀해도 변론이 오가는 재판은 하지 않고 서면심리나 조정총괄 업무 등만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면하지 않는다고 재판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다른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 뜯어고치게 하고 수사기록 보고하는 등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판사들이 하는 재판을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재판 개입은 ‘헌법 위반’이라면서도 무죄를 선고하는 바람에 다시 탄핵 필요성이 거론되는 마당에, 재판 복귀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비위가 드러난 현직 판사 66명의 명단을 통보받고도 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10명만 징계를 청구했다. 이 징계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나머지 56명 가운데 대부분은 비위 사실을 숨긴 채 여전히 재판을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연루자들을 엄히 단죄하지 않고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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