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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합당, ‘독립군 토벌’한 백선엽 비호 즉각 멈추라

등록 2020-07-12 18:24수정 2020-07-13 13:39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밤 숨진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의 장지와 관련해, 미래통합당과 보수 언론이 연일 대전 아닌 서울 현충원 안장을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1일 “6·25 영웅인 백 장군을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는 선동적 주장을 폈다.

편향적인 역사 인식과 사실 왜곡으로 범벅이 된 주장이다. 통합당과 보수 언론이 한시바삐 균형감을 되찾기 바란다. 주 원내대표는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라며 백선엽씨를 옹호했다.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1941년 21살의 백선엽은 일제의 꼭두각시 군대인 만주군 소위로 임관했고, 1943~45년 조선과 중국의 항일 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설립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책 <대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의 ‘간도특설대의 비밀’ 챕터에는 그가 “간도특설대가 커다란 전과를 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간도특설대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고 독립군 ‘토벌’ 사실을 인정한 대목이 실려 있다. 그는 회고록 <군과 나> 일본어판에서도 “주의주장이 다르다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었기에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는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조선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독립군과 전투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사실 인정조차 번복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런다고 해서 그가 독립군을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리던 시기에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과 장준하 선생 등 수많은 또래 조선 청년들은 일본 군대를 탈출해 ‘게릴라’로 일제와 싸웠다는 역사의 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이 12일 “(정부가) 영웅의 마지막 쉴 자리조차 정쟁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대전 현충원 안장 결정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통합당도 알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서울 현충원 장군 묘역이 꽉 차 대전에 안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고, 유가족들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통합당이야말로 공과 과를 모두 지닌 인물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독립운동가 단체 등에선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독립군을 토벌한 친일파를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적절하냐”며 보훈처에 안장 취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친일 군인의 현충원 안장 문제는 이후에라도 사회적 합의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은 통합당부터 장지 문제를 정쟁 수단화하는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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