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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계 진출’ 부인 안한 윤석열, 중립성 말할 자격 있나

등록 2020-10-23 18:08수정 2020-10-24 02:33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선 여론조사 후보로 거론된다’는 지적에 “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면서도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직답을 피했다. 퇴임 뒤 정치 활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요즘 ‘검찰의 정치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최근 ‘라임 사건 편파수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정치권력의 검찰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라임 수사를 지휘하다 22일 사직한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 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총장이 ‘퇴임 뒤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 검찰의 행위 하나하나가 더욱더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총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오염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이 국감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서 내세웠던 게 검찰의 중립성이다. 같은 자리에서 극명히 모순되는 발언을 한 셈이다.

검찰총장 퇴임 뒤 정치에 발을 담근 사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도언 전 국회의원 등 극소수에 그친다. 1996년 김도언 총장의 정계 진출은 파장을 일으켰고,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은 퇴임 후 2년 동안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다’는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긴 했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총장은 퇴임 뒤 행보까지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한 불문율이다. 법관·검사는 하위직일지라도 퇴직 뒤 곧바로 정치권으로 진출하면 비판을 받는다.

윤 총장 개인만 생각하면 정치를 하든 뭘 하든 직업 선택의 자유이겠으나, 검찰 조직 전체와 일선 검사들에게는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총장이 현직 때부터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그런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중립성을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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