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를 권고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때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 중인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넣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정당한 지휘’라는 이 지검장의 주장을 배척하고 수사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사심의위 결정으로 이 지검장은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사팀은 그동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물론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이날 ‘기소 권고’ 결정으로 이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번 수사심의위가 이 지검장 본인의 요청으로 소집된 회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수사심의위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순리라고 본다.
이번 수사심의위 개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여러모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검찰 내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표적 수사’ 운운하며 반발하는 모습은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앞서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해 ‘수사 중단’ 권고를 받아냈는데, 검찰 고위 간부 스스로도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자성하기 바란다.
수사심의위는 애초 ‘검찰 개혁’ 요구에 떠밀려 검찰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도입 초기부터 공정성과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힘 있는’ 피의자나 검찰의 여론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차례나 ‘수사 중단’ 권고를 끌어낸 게 단적인 예다. 차제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