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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탈당하겠다” “피해자 편 고맙다”…조문 진통 겪는 정의당

등록 2020-07-12 18:55수정 2020-07-13 02:30

[세대별로 당내 견해 갈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도할 수 없어”
류호정·장혜영 의원, 조문 불참 뜻
심상정 등 40~60대 의원 4명은 조문

[당 안팎에서 조문 불참 비판]
‘위로 받았다’ 두 의원 응원 목소리도
범진보 틀 속의 진보–리버럴 균열
당 관계자 “차이 극복 위한 성장통”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이 정의당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2차 가해 중단과 피해자와의 연대’를 호소하며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힌 소속 의원들을 향해 당 안팎의 비난이 집중된 것이다. 집권 리버럴 정당의 책임으로 귀속되어야 할 정치적 사건이 ‘리버럴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분투해온 소수정당의 생존 기반을 뒤흔드는 형국이다.

정의당은 지난 10일 새벽 2시께 “고 박원순 시장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는 제목의 짧은 논평을 내놨다.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논란이 있는 죽음이었던 만큼, 당과 의원단은 조문과 관련해서는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후 청년 세대인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기로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20·30대 의원은 거부하고, 40대 이상 의원은 추모에 힘을 보탠 것이다.

박 시장이 오랜 기간 시민단체 등을 이끌며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동시에 그의 업적과 별개로 일방적인 추모 분위기가 성폭력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데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렸다.

류호정 의원은 10일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는 입장문에서 “고인이 얼마나 훌륭히 살아왔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박 시장의 성폭력 혐의를 고소한) 당신이, 벌써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조문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다면 이다음에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고 썼다. 20·30대 젊은 의원들은 박 시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일방적인 추모 물결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은 것이다.

반면 심상정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40~60대 의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배 원내대표는 10일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풀뿌리 시민운동을 함께했다.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있다”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정확하게 나온 사실이 없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 역시 같은 날 조문했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한 것이다.

정의당은 주말 내내 몸살을 앓았다.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당 바깥의 리버럴 명사들도 정의당을 비난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와 상황 전개가 비슷하다. 이른바 ‘범진보’(범민주)의 틀로 묶여온 진보와 리버럴(친민주당)의 ‘역사적 연합’에 민주당 집권 이후 균열이 표면화하면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두 의원에 대한 비판도 있고 탈당하겠다는 당원들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고맙다’, ‘위로 받았다’며 후원을 해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당분간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진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정당이지만, 내부 구성원의 경험과 감수성에는 적잖은 차이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이지혜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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