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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단독] “정윤회 쪽도 문제” 보고에…청와대, 문체부 담당자 경질

등록 2014-12-03 00:50수정 2014-12-03 11:55

청와대 행정관, 문체부 과장에게 전화
‘협회 전무에게 얘기 들어보라’ 지시
전무, 정윤회씨 쪽 사람으로 알려져
문체부 과장, 전무 반대편 말도 청취
승마협회 전반적 문제점 보고서 올려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상식적이지 않은 일투성이였다. 이례적인 청와대 지시로 시작된 조사는 청와대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문체부 담당자들의 경질로 마무리됐다.

<한겨레>가 2일 문체부와 승마협회 전·현직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문체부에 승마협회 조사를 지시했다. 일개 협회에 대한 조사를 청와대가 직접 지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문체부 관계자는 “문체부 입장에서 보면 승마협회는 지난 몇십년 동안 전혀 관심사로 오르내린 적이 없다. (청와대) 지시가 아니었으면 직접 조사에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도 “협회가 정규 경기단체만 56개, 인정 단체를 포함하면 70개다. 시·도 수준 단체까지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다. 문체부가 조사할 일도 없지만, 하더라도 최근에 사고나 비리가 터진 단체에 한정됐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는 현직 태권도 관장이 고등학교 태권도 선수인 아들의 억울한 패배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태권도협회의 고질적 비리가 주목받던 때였다. 이에 비해 승마협회 비리 문제는 외부로는 딱히 드러난 점이 없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조사 방식까지 정해 문체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조사를 맡은 문체부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에게 전화해 ‘박아무개 전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협회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승마협회 내부에선 박 전 전무는 정윤회씨 부부 쪽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 부부 쪽 입장을 반영해 조사 보고서를 만들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문체부에 ‘박 전 전무에게 물어보고 승마계에 문제 있는 사람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박 전 전무는 문체부 요청을 받아 자필로 살생부를 써서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진 과장은 박 전 전무뿐 아니라 박씨의 반대세력 사람으로부터도 협회의 문제점을 두루 청취했다. 실제 두 달 뒤에 문체부가 청와대에 전달한 조사보고서에는 정씨 부부 쪽이 원하는 내용이 아닌, 승마협회에 대한 전반적 문제점 등이 보고됐다. 청와대 입장에선 애당초 지시 취지와는 다른 보고서가 올라온 셈이다.

이후 본격적인 승마협회 감사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9월2일, 문체부에서 승마협회 조사를 맡았던 진 과장과 진 과장의 상급자인 노아무개 체육국장은 한꺼번에 경질됐다.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노 국장과 진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인사조처를 요구했고, 두 사람은 문체부 요직에서 하루아침에 산하기관으로 인사 이동을 해야만 했다.

갑자기 경질을 단행하다 보니, 노아무개 국장 후임에는 아직 해외연수 기간도 끝나지 않은 인사가 갑자기 임명되기도 했다. 노 국장과 함게 경질된 진 과장도 해당 자리를 맡은 지 6개월도 안 됐을 때였다. 특히 노 국장과 진 과장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체육 정책인 ‘스포츠 비전 2018’과 체육단체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 감사를 주도해온 인물이었다. 노 국장은 좌천성 인사를 며칠 앞둔 지난해 8월22일 ‘스포츠 비전 2018’을 입안해 발표했고, 나흘 뒤엔 체육 관련 단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던 당사자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이 한꺼번에 경질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어서 문체부 내부나 체육계에서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원철 하어영 박현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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