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해외출장과 임기말 후원금 사용 관련 의혹들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19~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거론하며 “따져보자”고 나섰다. 김 원장을 둘러싼 야당의 파상 공세에 법적으로 시비를 가려보자며 강경 대응 카드를 빼든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 원장을 둘러싼 몇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려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질의사항을 보냈다”고 밝혔다. 질의 내용은 △국회의원이 임기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4가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 4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위법 판정이 나오면 해임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절대적으로 귀속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김 원장의 출장이 다른 국회의원들과 비교할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무작위로 16개 피감기관 자료를 뽑아 19~20대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해본 결과도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민주당 65회, 자유한국당 94회 등 167차례”라며 “김 원장의 개별 출장과 흡사한 방식으로 이뤄진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국가보훈처와 가스공사, 동북아역사재단 각각 4차례, 한국공항공사 2차례 등으로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 원장이 업무를 이행 못 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거나 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김 원장이 물러나더라도 보수 야당의 이중성은 반드시 지적하겠다고 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했다.
이런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김 원장을 향한 자유한국당 등의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서 재조사를 통해 김 원장의 해외출장이 적법하다고 해명했음에도 야당은 그의 자질을 보지 않고 과도하게 흠집을 내고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며 “이에 관해 이성적으로 시비를 한번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원장을 해임할 사유가 없다는 청와대 기조는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금융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에 그냥 무릎을 꿇을 수 없고, 의혹들이 해임할 정도로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해외출장 사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인정하고도 고위 공직에 임명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의 해외여행 사례까지 들고 나선 것은 초점 흐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적법하다’고 결론 낸 사안을 다시 중앙선관위에 넘긴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중앙선관위 쪽은 “질의서를 받아봐야겠지만 청와대 발표상으로는 우리 업무가 아닌 내용들이 있다”고 했다. 성연철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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